사색방/58 개띠의 삶

중년은

草 雨 2013. 4. 17. 23:19

 

 

 

 

 

 

중년은

 

 

 

눈가에 자리잡은 주름이

제법 친숙하게 느껴지는 나이.

 

삶의 깊이와 희로애락에

조금은 의연해 질 수 있는 나이

 

잡아야 할 것과 놓아야 할 것을

어슴푸레 깨닫는 나이

 

눈으로 보는 것 뿐만이 아니라

가슴으로도 삶을 볼 줄 아는 나이

 

자신의 미래에 대한 소망보다는

자식의 미래와 소망을 더 걱정하는 나이

 

여자는 남자가 되고

남자는 여자가 되어가는 나이

 

밖에 있던 남자는 안으로 들어오고

안에 있던 여자는 밖으로 나가려는 나이

 

여자는 팔뚝이 굵어지고

남자는 다리에 힘이 빠지는 나이

 

나이를 보태기보다는

본 나이보다 빼기를 좋아하는 나이

 

이제까지 마누라를 이기고 살았지만

이제는 마누라에게 지고 살아야 하는 나이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서도

사람의 냄새가 더 그리워지는 나이

 

공연이 끝난 후 빈 객석에 홀로 앉아 있는 것처럼

뜻 모를 외로움에 빠져드는 나이

 

불혹의 강을 건너

지천명의 문고리를 잡고서야 시간 귀함을 느끼는 나이

 

겨울을 들고 세월의 흔적을 애써 감추려

서리내린 머리카락 몇개를 뽑다가 포기하는 나이

 

 

<오늘 하늘 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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