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방/58 개띠의 삶

그 곳의 추억

草 雨 2012. 6. 19. 22:35

 

그 곳에 가면

 

 

그 곳에 가면

속이 맑히 들여다보이는 시냇물이 있습니다

 

그 곳에 가면

회색빛 심장을 쉴새없이 씻어주는 시냇물이 흐릅니다

 

그 곳에 가면

밟고다녀 더렵혀진 발꿈치를 닦아주는 피래미가 있습니다

 

 

그 속에 묻혀 있으면

빙벽을 오르는 등반가가 부럽지 않습니다

 

그 속에 묻혀 있으면

속세을 등지고 산야를 거니는 비구승이 부럽지 않습니다

 

그 속에는

맘이 통하는 친구가 있고 한잔의 술이 있습니다

 

그 속에는

 맛나는 먹거리가 만들어지고 얘기거리에 꽃을 피웁니다

 

그 곳을 떠나올때면

그 순간부터 남아 있는 그 무엇이 그리워지기 시작합니다

 

그 곳을 떠나올때면

하얀 물안개가 앞을 가로 막으며 가지말라고 잡아 당깁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그 곳에 가려합니다

이래도 한때요 저래도 한 때이기에 그 곳에 가려합니다

 

 우리는 쉴 곳이 생겼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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