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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노인이 늘어나는 정지된 도시 - 신도시

草 雨 2010. 5. 11. 10:53

2018년(4934만 명)부터 인구 감소가 시작되는 동시에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한국도 주거 중심 신도시들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은퇴 노인만 남은 ‘정지된 도시’

일본은 1961년 오사카() 인근의 센리()신도시를 시작으로 신도시 개발을 본격화했다. 1960년대 고도 성장기 때 대도시 인구 집중과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일본 정부는 1963년 신주택시가지개발법을 만들어 신도시 개발을 적극 추진했고 일본주택공단(현 도시재생기구)과 지방자치단체들은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 인근에 49개 신도시를 조성했다. 당시 이들 신도시는 한국 신도시 분양 때처럼 엄청난 관심을 끌었고 단카이 세대가 대거 이동했다.


하지만 저출산으로 가구 규모가 축소되고 새로 유입되는 인구마저 줄면서 신도시부터 인구 감소가 가장 먼저 시작됐다. 센리신도시는 1975년 12만9000명을 정점으로 인구가 계속 감소해 지난해 8만9500명까지 줄었다. 다마신도시는 20년 내에 거주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신도시는 고령화도 기존 도시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970년 2.8%에 불과하던 센리신도시의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작년 말 29.9%까지 치솟으며 전국 평균(23%)을 앞질렀다. 다마신도시 스와 지역의 고령화비율도 25%에 이른다.

저출산과 주민들의 고령화로 인해 다마신도시는 1983년 이후 37개 초등학교 가운데 5곳이 폐교됐다. 중학교도 21개 중 5곳이 문을 닫았다. 스와 단지에서 폐교된 나카스와 초등학교를 찾아가니 정문 앞에 주차된 ‘케어서비스’ 마크를 단 병원용 차량부터 눈에 띄었다. 2∼4층 교실은 봉쇄돼 있었고 1층은 노인들이 건강 상담을 받고 있었다. 한때 아이들이 뛰어놀았을 운동장도 철조망에 둘러싸여 수풀만 무성했다. 2001년 폐교된 이 학교는 노인복지시설로 쓰이고 있다.

 

이처럼 고령화에 따른 문제가 불거지고 신도시 인기가 식으면서 집값 하락세도 가파르다. 다마 신도시 아파트나 단독주택 가격은 20년 전보다 60% 이상 떨어졌다. 1988년 45만 엔이던 다마 신도시 하치오지 지역 주택지 공시가격은 지난해 17만9000엔. 금융위기 이전 일본 부동산 가격이 반짝 상승해 도쿄 땅값이 10% 정도 뛰는 동안 다마 신도시는 4%도 오르지 못했다. 다마 신도시에 사는 도베 후미히로 씨(55)는 “집값이 싼 외곽 변두리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데 이제 신도시로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신도시 짓고 있는 한국이 더 걱정”

도시계획 전문가 조언


“도시개발-고령화 속도 빨라… 10~20 년뒤 인구 채울지 의문”



 
“지금 일본 신도시의 모습은 한국 신도시의 가까운 미래입니다.”

“일본보다 한국이 더 걱정됩니다. 고령화나 인구 감소 속도가 훨씬 빠른 한국이 지금도 개발하고 있는 신도시를 무슨 수로 채울 건가요?”

일본의 부동산 및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한국 신도시에 대한 조언을 구하자 이런 말부터 꺼냈다.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한국의 1기 수도권 신도시는 일본 도쿄권 최초의 신도시인 ‘다마’가 모델이다.

일본 전문가들은 한국의 1기 신도시가 짧은 기간에 개발됐다는 점에서 고령화로 인한 파장이 심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대 도시공학과 오니시 다카시 교수는 “일본 신도시가 10∼40년에 걸쳐 조성된 데 비해 한국 1기 신도시는 5∼7년 만에 개발이 끝났다”며 “수십 년간 다양한 연령층이 입주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비슷한 세대가 동시에 입주했기 때문에 입주자가 한꺼번에 고령화되면 대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전문가들은 또 한국에서 여전히 인구 성장기에 적합한 개발 계획이 남발되고 있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은 현재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와 신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 한창이다. 수도권에서는 입주를 시작한 판교, 파주, 동탄 신도시를 비롯해 2016년까지 김포한강, 위례, 광교, 인천검단, 평택고덕국제화도시가 잇달아 들어선다.

도쿄도 도시정비국의 요코야마 기오시 부참사는 “10년, 20년 뒤 이런 신도시가 적정 인구를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금 개발하는 신도시 계획을 포기하기 힘들다면 고층 아파트 위주의 개발보다 다양한 주택을 보급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토교통성 도시지역정비국의 가부타 후미히로 도시정책기획관은 “직장과 주거가 분리된 기존 베드타운 신도시에 고령자가 집중되는 문제를 막으려면 주거 외에 업무 중심 기능을 대폭 보강해 젊은층을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 부동산개발회사인 모리빌딩의 박희윤 부장은 “송도국제도시도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입지 여건이나 입주 조건이 더 떨어지는 청라, 광교, 평택국제도시 등을 업무 중심의 자족도시로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오히려 이런 곳에 과도하게 오피스빌딩을 집어넣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주, 파주, 김포 신도시는 지금도 미분양이 생길 정도로 수요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며 “고령화에 따라 외곽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지금 개발하는 신도시는 수요를 다시 추산해 개발 시기와 규모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마·센리신도시=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