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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에 따른 한국 신도시의 미래

草 雨 2010. 5. 11. 10:38

 

 

일본의 신도시 쇠락을 통해 본

한국 신도시의 미래

 

60, 70년대 단카이세대 몰린 ‘꿈의 뉴타운’
지금은 은퇴노인만 남아 ‘황혼의 올드타운’

 

오사카 인근 센리신도시
(주민 29%가 65세 이상 노인.
접골원-실버병원만 명맥)

일본 도쿄()역에서 급행전철로 1시간을 달려 도착한 다마()신도시. 인구 21만 명의 다마신도시는 도쿄권에서 가장 먼저 개발돼 1971년 입주를 시작한 일본의 대표적인 주거 중심 신도시다. 전철역에서 초기 입주 단지인 스와()로 가는 길은 자동차 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20분을 걷는 동안 마주친 사람은 노인용 유모차를 끌고 가는 노인과 산보를 나온 노부부뿐. 수많은 인파로 붐비는 도쿄 도심과 대조적이었다. 한 일본인 교수가 “혼자 걷기 무서울 정도로 조용할 것”이라고 건넨 말이 실감났다. 스와 단지에서 40여 개 상점이 밀집한 중심상권으로 들어섰는데도 문을 연 가게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셔터를 내리고 ‘임차인 모집’이라고 써 붙인 곳이 여럿이다.그나마 간판을 내건 곳은 미장원과 접골원, 치과, 심장내과 정도였다

 

도쿄인근 다마신도시

인구 즐어 초중학교 속속페교 중심상권도 절반이 간판 내려

 

황량한 다마신도시 상가 

 

일본 도쿄권 최초 신도시인 다마신도시에서 1971년 입주를 시작한 스와 단지.

상점 40여 개가 밀집한 중심 상가 지역은 가게 절반 정도가 몇 년째 문을 닫고 있고

접골원, 치과, 내과처럼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곳만 영업을 하고 있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 고령화에 따라 젊은층이 떠나고 은퇴한 노인만 남은 탓이다.

다마신도시=정임수 기자

 

주민 마쓰바라 가즈오 씨(55)는 “몇 년째 상가의 절반이 비어 있다”며 “주민들이 고령화되면서 활기를 잃은 지 오래”라고 말했다. 일본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에게 ‘꿈의 신도시’로 불리던 이곳은 이렇게 시간이 멈춰 있었다.




2005년 1억2776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인구 감소에 접어든 일본. 이듬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들어섰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겹치면서 나타난 변화는 바로 베드타운형 신도시의 급속한 황폐화다. 신도시를 가득 채웠던 단카이 세대가 고령화되고 새로 유입되는 인구가 줄면서 신도시는 ‘황혼의 올드타운’으로 전락하고 있다.

 


다마 신도시 집값 20년 전보다 60% 하락

○ 상권 몰락, 집값 추락


센리 신도시의 초기 입주 지역인 사타케다이()에서도 중심상가의 40% 정도가 셔터를 내렸다. 자전거 판매점을 하는 도모노 와타루 씨(65)는 “젊은층은 떠나고 소득이 줄어든 은퇴 고령자만 남은 탓”이라며 “빈 점포들이 계속 업종을 변경해 보지만 장사가 안 돼 결국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실제 다마 신도시나 센리 신도시를 걷다 보면 수많은 접골원과 개인병원만 눈에 띈다. 도모노 씨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만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고 했다.

다마 신도시 스와 단지에서 35년째 옷가게를 하는 오자와 데쓰야 씨(70)도 판매상품을 60·70대용 의류로 바꿨다. 20년 전만 해도 주력 상품은 학생용 체육복, 운동화와 30·40대 옷이었다. 특히 과거 일본 제품만 사던 주민들이 은퇴한 뒤로 싼 옷만 찾으면서 지금은 중국산 제품만 취급한다. 오자와 씨는 “은퇴한 주민들이 쓰는 돈이 3분의 1로 줄었다”고 했다. 마쓰바라 씨는 “집 안에 틀어박혀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 ‘히키코모리’ 노인도 많다”며 “젊은층은 없고 고령자들만 살다 보니 치안이나 방범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본도 답 못 찾아 고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논의는 많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우리도 답답합니다.”

고령화, 인구 감소에 따른 신도시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이냐는 질문에 요코야마 부참사는 이렇게 답했다. 도쿄도 다마뉴타운사업실의 야타가이 유키오 과장은 “노후 아파트를 리모델링하고 건물과 도로의 턱을 없애고 어린이공원을 노인을 위한 녹지 공간으로 바꾸는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오사카부 정책기획부 이와타 나오야 기획추진총괄은 “젊은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센리 신도시는 노후화된 주택을 재건축하고 근린상가 일부를 재정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며 “임대주택을 재건축해 고령자용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일본은 1980년대 후반부터 주택 공급을 위한 신도시 개발 전략을 포기했다. 다마 신도시도 1966년 개발 이후 매년 1000∼2000채의 주택을 새로 짓다가 1996년부터 이를 멈췄다. 이 때문에 도쿄도나 도시재생기구(UR) 등에서는 신도시 조성을 위해 확보한 택지개발지구 내 유휴지를 민간 부동산회사에 팔고 있는 상황이다.

다마·센리신도시=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