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방/서글픈 베이비부머

800만 베이비부머 - 그들이 떠난다

草 雨 2010. 4. 6. 01:47

 

아나로그세대의 고별

 

베이비 붐 세대(46~54세) 직장인의 대거 은퇴가 코앞으로 닥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베이비 붐 세대 맏형인 1955년생이 55세가

되는 내년부터 2018년까지 9년간 직장인 311만명이 줄지어

퇴직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그제 발표했다.

기업의 정년은 보통 55세 안팎으로 돼있다.

베이비 붐 세대에서 가장 많은 연령층은 1961년생으로 85만명이나 된다.

 

베이비 붐 세대는 가난을 경험해본 연령층이다.

우물물로 배 채우며 학교 다닌다는 경험이 흔했다.

“보리밥 먹는 사람 신체 건강해”란 혼.분식 장려 노래 부르며 새마을 운동한다고

쥐잡기도 해봤다.

낮밤 안 가리고 일하면서 부모 봉양에 애를 썼다.

사교육비 대기에 분통터져 자식과 아내를 미국으로, 케나다로 유학 보내고

홀로 부엌에서 라면 끓여 먹는 기러기  생활도 해봤다.

그들의 고생으로 GDP 100달러였던 대한민국이 이만큼이큰 것이다.

 

베이비 붐 세대를 “끼인 세대” “센드위치 세대”라고 한다.

이들처럼 부모봉양 열심히 한 세대도 없다.

한집에 모시고 살거나 주말 마다 찾아뵙고 좋은 외식 모시고 다녔다.

자식들은 황재처럼 키워놨다.

그런데 대학까지 보내놓고 한숨 더는가 했더니 결혼 비용까지 달라고 손 내밀고,

취직 못한 자식을 서른 넘게까지 끼고 사는주변 모습도 보고 있다.

그렇지만 본인들은 은퇴 후 자식들 천대나 안 받으면 다행이란 생각이다.

효(孝)라는 건 점점 말라비틀어져가는 시대다.

대책 없이 파산하지 않으려면 자녀와 딴 주머니를 차야 한다는 생각만 든다.

 

기댈 건 연금인데 국민연금은 60세가 넘어야 나오기 시작한다.

그때까지 5년 이상을 퇴직금으로 버텨야 하는데

하필 외환위기 겪으면서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 버렸다.

그 돈은 주가가 몇 번 오르락내리락 하더니 어디로 갔는지 알 수도 없다.

부동산 하나 갖고 있는 것도 인구가 줄면서 언제 폭락할지 모른다는 소식이다.

 

앞으로 더 살날은 30년 넘게 남았다.

탑골 공원을 배회하는 노인들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 되지 않는 것이다.

속 타는 베이비 부머들이다.  

 

2009년 7월 10일(금요일) 조선일보 “만물상” 김동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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