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방/58 개띠의 삶

냉천 촌놈

草 雨 2009. 1. 4. 12:34

누가 뭐래도 나는 냉천 촌놈이여 !



내가 5남매의 막내잔여

그놈의 쌀밥이 먹고 싶어서 밥때가 되면 아부이 식사 끝날때까지 난 안 먹는겨

그럼 아부이는 꼭 밥을 쬐끔씩 남기셨지

지금 우리같으면 새끼들 먼저 챙기는데 울멈니는 왜 남편 밥만 쌀밥을 담았을까?

한 솥밥인디 울엄니는 재주도 좋으셨어

*

어릴적엔

울 아부이 소 꼴을 베러 가는데 가끔 따라 다녔지

냉천동엔 동갑이라곤 정재수 한놈인데 코만 흘리고 다녀서 난 아부이가 더 좋았어

그시절엔 들풀이 없어서 산너머 재꼴,자뚜 너머까지 꼴을 베러 따라갔어

난 옆에서 놀면서 깨금도 따주시고 머루도 따주시고 딱지도 캐주시고

한 지게차면 지게 꼬리잡고 뒤따라오면서 이랴 이랴 하고 아부이 소를 몰았지

아부이께선 꼴짐이 무거우시면 나한테 노래를 시키셨어 

난 학교종부터 시작하여 날아라 손오공까지 목청높여 노래를 불렀지

(그래서 지금 내가 한 목청 한가봐 ㅋㅋㅋ)

집옆 우리 논둑길인것 같어 그땐 논둑이 꽤나 높았지

아부이가 논흙때문인지 무거워서인지 자꾸 미끄러지시는거야

난 절룩 거리는 아부이가 우스워 깔깔거리곤 했지

그런데 내가 아부이 미끄러지는 흉내를 내다가 넘어지면서 

아부이 지게 꼬리를 잡아 당겼지 머여

파랗게 벼가 자라고 있는 논 바닦으로 아버지가 지게를 업은 체 나동그라지고

그 와중에 울 아부이 나를 지게밑에서 끄집어내느라 혼비백산하시는데

오메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얻어맞을까봐 오싹해라~~


그래서 울엄마는 쌀밥을 아부지 밥그릇에만 담아 드렸을까?


*

지금 울아부이가 여든 일곱이셔

기동도 불편하시고

같이 살려고 내집 지을때 아부이방엔 장애인 화장실까지 편하게 설계를 하였지

내 성의때문인지 한 6개월 계시다 고향이 좋아라고 가셨지

나 85년도 결혼해서 월급의 1할 (당시 28,000원)을 매달 보내드린다네

그게 참기름이되어 찹쌀이 되어 청국장 된장이 되어 우리 5남매한테 다시 돌아오지만 말일쎄

4형제의 막내인 나의 그런 행동을 이해못한다고 따지는 마눌한테 난 그랬어

내 뜻을 못 따라오면 닛가!! (너네 집 가라의 준말)

지금도 마눌이랑 말 장난할땐 먼저 그래 닛가!! 라고

*

난 쥐똥밥도 잡곡밥도 싫어한다네

하얀 쌀밥에 찹쌀을 조금 넣고 지은 밥을 젤 좋아해

두분이 생존하심은 나의 복이요 버팀목이라 생각하지

우리 아부이는 그리 고생하시면서 나를 참 사랑으로 키우셨어

칭구들 기억할지 모르지만

국민핵교 4학년때 보자기대신 가방들고 프라스틱필통대신 로켓트 자석필통을 사주셨지

6학년때 지은 집이 물이새고 벽이 헐어도 난 시골집이 그립구먼

작년 봄에 기와를 새로 했더니 한결 맘이 놓이지만 

건강하게 사시다 가시도록 칭구들 같이 기원해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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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년 2월 12일 게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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