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함께 할께 !
햇빛이 따갑다며
얼굴 검게 탄다며
칭칭 감고, 두르고, 쓰고, 끼고
길바닦을 쏘다녔습니다.
다리밑 그루턱에 앉아
비지땀을 후비며 실 눈으로
작열하는 하늘 속 태양을 쏘아보았습니다.
내심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을 기다렸습니다.
첫 눈을 노래불렀고
함박 눈이 내리면 소복한 눈길을 뽀드득 걸으며
어떤 이치와 두줄의 발자욱을 새기는 상상도 했습니다.
*
*
하루 하루 흘러 드디어 첫 눈이 왔습니다.
핸폰이 요란하고 전파는 시끄럽게 첫 눈을 떠들었습니다.
어느새
그 첫 눈은 폭설이 되고
살을 애이는 앵 바람을 일으켜
귓전을 때리는 겨울 한 복판을 만들었습니다.
모두가
기다려 왔던 그 하얀 눈이었는데...
첫 눈이 오면
누구에게 내 마음도 전하고도 싶었는데...
어느 틈엔가
진달래 피는 봄을 기다립니다.
더위에 겨워
한강 물위를 쏘다니던 여름을 기다립니다.
이렇게 간사한 내가 되었습니다.
첫 눈을 기다리던 순수한 마음을 간데 없고
이루지도 못할 그 소망을 앞세우며 오늘을 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
봄 여름 가을
삼 계절을 기다려온 눈, 눈, 첫 눈
그 눈이 지금 오고 있습니다.
내일도
눈이 온다면 무엇을 해야할까요?
한 때
나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애지 중지 사랑받았던
지금은 뻘겋게 녹을 안은 체
나를 원망하며 어두운 곳에 갇혀 있을
그치를 찾아
온기가 있는 내 방으로 부를 것입니다.
호호불고
문지르고
광을 내고
날을 새울 것입니다.
깜깜한 그 곳에서
첫눈을 기다리며
햐얀 겨울을 몇번이나 넘기며
이제는 기약도 없이 포기한 체
얼마나
내가 원망스럽고 미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미안하다고 할 것입니다.
너무나 보고 싶었고 놀고 싶었지만
너를 찾을 수가 없었다고 얘기할 것입니다.
첫 눈같은 순수한 눈을 가진 너를 찾지 않는게 아니라
잠시 내가
두발이에게 한 눈을 팔다가 심히 다쳐
찾을 수 없었다고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는
같이 첫 눈을 기다리고,
같이 진달래를 기다리고,
같이 하얀 물쌀을 가르는 한강을 가자고 맹세할 것입니다.
우리의 젊은 날
내 아들 딸과 옆지기와 추억을 만들었던
눈같이 하얀 너처럼
내 마음도 순수함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겠습니다.
이게 나의 인생이고
너의 역활일테니까...
< 2010년 베어스타운 타워 콘도에서 내려다 본 스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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