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가고 오는데/사색의 시간

지금 함께 할께 !

草 雨 2013. 12. 19. 04:09

 

 

 

지금 함께 할께 !

 

 

 

햇빛이 따갑다며 

얼굴 검게 탄다며

칭칭 감고, 두르고, 쓰고, 끼고

길바닦을 쏘다녔습니다.

 

다리밑 그루턱에 앉아

비지땀을 후비며 실 눈으로

작열하는 하늘 속 태양을 쏘아보았습니다.

 

내심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을 기다렸습니다.

 

첫 눈을 노래불렀고

함박 눈이 내리면 소복한 눈길을 뽀드득 걸으며

어떤 이치와 두줄의 발자욱을 새기는 상상도 했습니다.

 

*

*

 

하루 하루 흘러 드디어 첫 눈이 왔습니다.

핸폰이 요란하고 전파는 시끄럽게 첫 눈을 떠들었습니다.

 

어느새

그 첫 눈은 폭설이 되고

살을 애이는 앵 바람을 일으켜

귓전을 때리는 겨울 한 복판을 만들었습니다.

 

모두가

기다려 왔던 그 하얀 눈이었는데...

첫 눈이 오면

누구에게 내 마음도 전하고도 싶었는데... 

 

어느 틈엔가 

진달래 피는 봄을 기다립니다.

더위에 겨워

한강 물위를 쏘다니던 여름을 기다립니다.

 

이렇게 간사한 내가 되었습니다.

 

첫 눈을 기다리던 순수한 마음을 간데 없고

이루지도 못할 그 소망을 앞세우며 오늘을 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

 

봄 여름 가을

 삼 계절을 기다려온 눈, 눈, 첫 눈

그 눈이 지금 오고 있습니다.

 

내일도

눈이 온다면 무엇을 해야할까요?

 

한 때 

나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애지 중지 사랑받았던

지금은 뻘겋게 녹을 안은 체

나를 원망하며 어두운 곳에 갇혀 있을

그치를 찾아

온기가 있는 내 방으로 부를 것입니다.

 

호호불고

문지르고

광을 내고

날을 새울 것입니다.

 

깜깜한 그 곳에서

첫눈을 기다리며

햐얀 겨울을 몇번이나 넘기며

이제는 기약도 없이 포기한 체

얼마나

내가 원망스럽고 미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미안하다고 할 것입니다.

너무나 보고 싶었고 놀고 싶었지만

너를 찾을 수가 없었다고 얘기할 것입니다.

 

첫 눈같은 순수한 눈을 가진 너를 찾지 않는게 아니라 

잠시 내가

두발이에게 한 눈을 팔다가 심히 다쳐

찾을 수 없었다고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는

같이 첫 눈을 기다리고,

같이 진달래를 기다리고,

같이 하얀 물쌀을 가르는 한강을 가자고 맹세할 것입니다. 

 

우리의 젊은 날

내 아들 딸과 옆지기와 추억을 만들었던

눈같이 하얀 너처럼

내 마음도 순수함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겠습니다.

 

이게 나의 인생이고

너의 역활일테니까...

 

  < 2010년 베어스타운 타워 콘도에서 내려다 본 스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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