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방/서글픈 베이비부머

베이비 부머들의 애환

草 雨 2012. 2. 2. 19:39

한국인 베이비부머 40% "제대로 준비 못했다"

은퇴준비지수 100점 만점에 62점 `낙제`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준비가 낙제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부머의 20%만이 은퇴 후 가계 재무 상황에 만족하고 있고 예비 은퇴자 4명 중 1명은 현재 재무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노화고령연구소와 메트라이프생명은 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전국 베이비부머 4000여 명을 상대로 조사한 베이비붐 세대의 '통합은퇴준비지수(MIRRI)'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한경혜 교수는 "한국인의 통합은퇴준비지수가 100점 만점에 60점대 초반으로 겨우 낙제점을 면한 수준"이라고 진단하며 "지금 상태로는 은퇴 후 안정된 삶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통합은퇴준비지수는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와 메트라이프생명이 공동으로 개발한 지수다. 재정적 측면에만 초점을 뒀던 기존 은퇴준비지수와 달리 우리나라 최초로 건강ㆍ심리ㆍ사회적 관여 등 비재무적 준비도 포함시켰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준비지수는 재무ㆍ건강ㆍ심리ㆍ사회적 관여 등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산정했으며 평균 62.2점을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는 1955~1963년에 출생한 베이비부머 3783명이 참여했다.

재무 영역은 52.6점을 기록해 가장 낮게 측정됐다. 전체 응답자의 25.4%(966명)가 현재 자신의 가계 재무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고, 긍정적 평가는 19.5%(737명)에 그쳤다. 한경혜 교수는 "중년기에 있는 베이비부머들이 자녀의 대학 등록금이나 결혼 자금 마련에 대한 압박과 지속된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은퇴자금 마련을 위한 저축이나 투자 계획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거나 시작도 못한 상태인 응답자도 25.9%(980명)나 됐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연금 3중 보장을 준비하고 있는 비율은 14.5%(550명)에 불과했다.

한 교수는 "은퇴 후 고립되지 않고 가족이나 친구와 통합된 삶을 살기 위한 준비는 비교적 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하지만 행복감을 통해 본 심리적 만족도는 60점 초반으로 낮아 노년기로 접어들면서 행복감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교육 수준과 가구 소득이 높고 정규직 비율이 높을수록 은퇴준비가 착실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연구진이 응답자를 5단계로 나눈 결과 전체의 14.7%와 45.8%를 차지한 '준비 상태 양호형'과 '평균형'은 은퇴준비지수가 각각 77.1점과 65.9점으로 높은 편에 속했다.

반면 은퇴준비지수가 '준비부족형'(53.8점), '사회적 관계 취약형'(53.7점), '고위험형'(38.7점)은 각각 25.8%, 10.1%, 3.6%를 차지해 전체 응답자의 39.5%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이 평균적인 은퇴준비조차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올해 미국에서 개최되는 미국노년학회(GSA)에 발표될 예정이다.

[김유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