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낀 세대' 50대…"역할모델 없어 방황"
연합뉴스 | 이지헌 | 입력 2011.09.20 05:33 | 수정 2011.09.20 06:33 |
"새로운 노인문화 만들어낼 것" 반론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김효정 기자 = '58년생 개띠' A(53)씨는 요즘 여고생 시절 최고 인기가수였던 송창식, 김세환씨 등 '세시봉' 멤버에 다시금 푹 빠졌다.
고교 학창시절 개교 50주년 기념식에 양희은, 김세환씨가 공연한 일을 잊지 못하는 그는 "요즘 노래들은 가사가 전혀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그렇다고 가요무대 같은 프로그램을 볼 수도 없고, 그래서 젊었을 적 청춘과 사랑에 대한 노래를 다시 불러주는 세시봉에 감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주력 계층인 50대를 중심으로 '세시봉 열풍'은 이미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들의 학창 시절 몇 안 되는 놀거리 중 하나였던 당구나 탁구의 부활도 '복고 열풍'에 한몫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상들을 들어 베이비붐 세대가 앞으로 문화소비의 중심 주체로 등장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년층으로 넘어가는 베이비붐 세대가 자신만의 문화적 정체성을 창조해내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베이비부머는 이전 세대와 달리 교육도 많이 받고 경제적으로도 더 여유로울 뿐만 아니라 더 오래 산다. 그러나 앞선 노인 세대가 역할모델이 돼주지 못하다 보니 방황하게 된다"고 말했다.
함 교수는 "이들은 처음 청년문화나 저항정신의 세례를 받았지만, 이는 수입된 문화였을 뿐 오히려 자신들만의 문화는 없었다"며 "결정적으로 가족 안에서 공고한 위치에 있던 아버지 세대와도 달리 그 자리마저도 흔들리는 세대"라고 설명했다.
세대만의 문화적 정체성을 새롭게 만들지 못하다 보니 결국 '복고 열풍'과 같이 과거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같은 베이비붐 세대라 하더라도 공통된 문화적 정체성을 가지지 못하고 파편화됐다는 분석도 있다.
경비원 B(52)씨도 세시봉 노래를 좋아하지만 떠올리는 기억은 A씨와 조금 다르다.
강원도 출신인 그는 "어렸을 적에는 마을에 TV가 한 대밖에 없었고 라디오도 쉽게 듣지 못했지만 세시봉 노래를 들으면 도시에 나와 일하던 20대 적 추억에 잠기게 된다"고 말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베이비붐 세대는 실질적으로 공통된 정체성을 공유하는 집단으로 보기 어렵다"며 "산업화 시대를 겪고 권위적 정권 속에서 살아왔다는 공통점 외에는 집합적인 행동을 통해 만들어 낸 문화적인 정체성이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인정이나 노인대학으로 대표되는 기존 세대의 공간에는 어울리지 않고 가족공동체와의 유대감도 약해진 상황에서 같은 세대 구성원 조차 파편화돼 갈 곳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베이비붐 세대는 나름의 문화적 정체성과 역량이 있으며 새로운 방식의 문화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노년이 된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 세대의 방식으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불안감을 느낄 수 있지만 이들에게는 노년의 삶을 다른 방식으로 누릴 힘과 문화적 역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베이비붐 세대는 교육수준도 높고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하는 능력도 있다"며 "자신에게 당면한 사회문제를 돌파하기 위한 노인운동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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