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방/58 개띠의 삶

저기 우리 엄니가 ( 어버이날을 즈음하여 옮긴 글 2 )

草 雨 2011. 5. 6. 11:14

 

저기 우리 엄니가...

 

삼복 무더위 뙤얏볕이 온 대지를 익히고 있던 어느 여름 나절

외진 시골길을 달리는 시외버스 안에서 생긴 일입니다.

만원버스도 아니었고

정류장마다 멈추는 시간이 그리 철저히 지켜지던 때도 아니었습니다.

버스에 에어콘은 상상하지도 못했던 시절

불과 10여 분 안팎의 일이었습니다. 

*


버스 기사가 엔진 시동을 걸고 막 출발하려는데,
승객 중 한 사람이 버스를 타려는 사람을 발견하고 말 했습니다.

"저기 웬 할머니가 오십니다."

버스 기사가 뒷 거울로 바라보니 제법 떨어진 거리에서
한 할머니가 무언가 머리에 인체

출발하려는 버스를 향해 한쪽 팔을 허공을 저으며

종종걸음으로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서 출발합시다!"
"언제까지 기다릴 거요?" 하며
출발을 기다리던 어떤 승객이 바쁘다면서 서둘러 떠나기를 재촉했습니다.
그러자 버스 기사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저기, 우리 엄니께서 오십니다.
조금 기다렸다가 같이 가시지요?"

그 승객은 할 말을 잃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창가에 앉았던 한 청년이 벌떡 일어나

버스에서 내려 할머니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승객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버스 밖으로 향해졌습니다.

할머니 머리 위의 짐을 받아든 청년은
할머니의 손을 부축하여 잰걸음으로 버스로 돌아왔습니다.
할머니와 청년이 버스에 오르는 순간
승객 중 누군가가 박수를 치자 너나없이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할머니는 땀으로 범벅이 된 것도 잊은 체

버스를 타게되었다는 안도감에 차 바닦에 주저앉아

숨을 고르기도 전에 그 청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거푸 하시었습니다.


물론

그 할머니는 버스 기사의 어머니도,청년의 어머니도 아니셨습니다!

*

*

*


내일, 모래가 어버이 날입니다

하해같으신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거칠고 주름 진 어머니 손

따뜻이 잡아 드리는 하루가 되었으면 생각해 봅니다

- 엄니 -

- 죄송합니다 -

- 그리고 사랑합니다 -
- 저는 이런 노래밖에 올릴수가 없는 불효자이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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