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방/58 개띠의 삶

우리 엄니 (어버이날을 즈음하여 옯긴 글)

草 雨 2011. 5. 6. 09:56

우리 엄마는 한쪽 눈이 없다

 

 

 

초등학교 때 엄마가 학교에 오셨다.
다음날

"너네엄마는 한쪽 눈 없는 병신이냐!" 하고 놀림을 받았다.

늘 놀림거리였던 엄마가

이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마... 왜 엄마는 한 쪽 눈이 없어? 진짜 창피해 죽겠어!"

나는 평소하고 싶은 말을 해서인지 속이 후련했다.
그날 밤

엄마가 숨을 죽이며 울고 계셨다.

한쪽 눈이 없는 엄마도 싫고

이렇게 찢어지게 가난한 우리집이 너무도 싫어 악착같이 공부했다.

엄마 곁을 떠나 대학에 들어갔고
세월은 빠르고도 빨리 흘러 결혼을 하고 내 집도 생기고 아이도 생겼다.

이 행복이 깊어 갈 때 쯤 어느 어린이 날
낯선 촌로가 초인종을 눌렀다.
우리 엄마였다.
여전히 한쪽 눈이 없는 채로..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결혼하기 전 부인에게는 돌아가셨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그래서 나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당장 나가여! 꺼지라구여!"

그러자 엄마는

"죄송합니다. 제가 집을 잘못 찾아왔나봐요." 하고 뒤돌아 가셨다
역시, 날 몰라보는구나..다행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 이후 어느 날 현관앞에 편지 한통이 놓여 있었다.

"사랑하는 내 아들 보아라.

잘 살고 있는 내아들을 보고가니 이제 맘이 놓인다

손주 녀석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싶어서 

큰맘먹고 찾아갔었다. 
엄마는 이제 살만큼 산 것 같구나.
다시는 찾아 가지 않으마.
*

어렸을 때 니가 교통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치고
한쪽 눈을 잃게 되었단다.
엄마는 한쪽 눈이 없는 너를 그냥 볼 수가 없었어,
그래서 내 한쪽 눈을 주었단다.

그 눈으로 엄마 대신 세상을
하나 더 보고 사는 너를 보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행복했단다.


엄마는 너를 한번도 미워한 적이 없단다
지금도 너를 많이도 사랑한다."


갑자기 어머니가 주신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엄마...사랑하는 내 엄마...
사랑한다말 한번도 못해드리고 
좋은 옷,  좋은 음식 한번 안 사드렸는데....

엄마가 아니 내가 눈 병신이어야 했는데
이제야  잘못을 알게 된 이 못난 놈...

어머니 용서해주십시오...
어머니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지금껏 한번도 들려 드리지 못한 말  

어머니... 사랑합니다!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끝.

 

>>><<<


 

(나, 부모되어 받은 카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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