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가고 오는데/사색의 시간

말처럼 쉽지 않아

草 雨 2011. 3. 31. 12:59

 

말처럼 쉽지 않아

 

 

한장의 달력이 외로이 매달려 있던 날이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올해 25%를 까먹었습니다

 

언제 찢겨 나갈지 불안한 하루 하루를 알밤 빼먹듯  애처로와서

한달이 지나자 마자 잽싸게 낚아채듯 뜯어내던 달력 종이를

언제 부턴가 뒤로 차곡 차곡 접어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날이 언제 였던가 되짚어 보기도 편리하고

무엇보다 달력 그가 항상 12장을 품고 있어 부자처럼 보여서 좋았습니다

 

허나 그날로 부터 몇달이 지난 오늘은

새 해 새 희망으로 아니 또다른 욕심을 채우려

또다른 달력을 걸어놓고 마음을 채찍질 하고있습니다

지난 한 해  별 탈없이 와준것에 감사함도 잊은체 말입니다

 

어제처럼 상쾌하고 산들거리는 바람속에서 벗들과 라이딩을 하다가

그러다 문뜩

저녁무렵 턱밑에 찬바람이 들어 목도리를 치켜 세울때면

 

아~하~

내 인생에 이런 날이 정녕 몇날이나 될꼬?

나같은 중년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다~ 부질없는것을..." 탄하며

그저 나이 한살이 더 먹고 세월가는게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이유없이 상대도 없이 휴대폰을 쳐다보며  

누구에겐가  아무 내용이나 벨소리를 듣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54년동안 겪어본

새해 새봄의 열정과 욕망의 날들이 

다 뜯겨져 나간 달력처럼 반성과 번뇌의 덩치에게

가슴 한 쪽을 뺏기고서 생기는 중년 병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창문을 재치고 코끝을 자극하는 상큼한 봄내음을 들이 마셔도 

그 언젠가 비릿내 나던 서해의 낙조를 보던 시절이 더 절실해지니 말입니다

 

인간이 50을 넘으면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합니다

인간이 50을 넘으면 그 사람의 인품이 얼굴에 비친다고 합니다

다 알면서도 50이 넘도록 지키지 못한것도 다 압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

그말 우리네 중년들은 다 알고 있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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