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가 얼어붙고 있다.
봄은 왔는데 기존 주택시장 거래는 물론
신규 분양 시장은 아직도 한겨울이다.
지난해 9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에도 불구하고
활기를 띠던 신규 분양마저 투자자와 실수요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거래 경색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 얼어붙은 거래
우선 기존 주택시장의 거래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올 1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6만1974건으로 지난해 12월 8만1961건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서울 · 경기 등 수도권의 사정은 말도 못할 지경이다.
같은 기간 이 지역의 주택 거래 건수는 3만1064건에서 2만2527건으로 떨어졌다.
외환위기 이후 주택 거래 건수가 가장 많았던 지난해 9월의 4만3494건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부동산 거래가 끊기면서 시장이 장기 침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일부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춰 집을 내놓아도
실수요자들이 내집 마련 시기를 늦추는 바람에 때 아닌 '거래 한파주의보'가 내릴 정도다.
이 때문에 집을 옮겨가고 싶은 수요자들도 가지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아
새집을 사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도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재건축 추진 아파트의 경우 안전진단 통과라는 호재가 나오면
가격이 급등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 추진 아파트인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안전진단을 통과했는데도
가격은 거의 변화가 없다.
오히려 물건을 내놓는 매도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매수 문의는 거의 없는 '기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조그마한 호재에도 일주일 동안 5000만~1억원가량 상승하던 대세 상승기와는 확연히 상반되는 모습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이후 수익성이 불확실하다 보니
좀처럼 투자 수요가 붙지 않는다"면서
"반면 집주인은 호재가 있을 때 팔고 나가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과 인접한 고양과 용인,파주 등지의 신도시와 택지지구의 타격이 더 크다.
지난해부터 거래가 거의 끊긴 상태에서 올해 입주할 물량이 대량으로 대기하면서
매매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세보다 3000만~5000만원 낮은 급매물도 나오고 있지만 좀처럼 팔리지 않는다.
용인 성복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작년 가을부터 중개업소마다 매물이 쌓여 있지만
매수 문의는 없는 상황"이라며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남아 있는 상황이어서
나라도 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신규 분양도 난망
신규 분양 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거래가 크게 움츠러든 데다 양도세 감면 혜택이 끝나는 등
그나마 분양시장에 남아 있던 호재마저 사라지면서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2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15만채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인천 경제자유구역 등지에서 분양에 나섰던 아파트들이 대거 미분양됐기 때문이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미분양 물량 10만2700채와 비교해도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도 5만3000채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1998년보다 1만2000여채나 많다.
준공 후 미분양은 해당 건설사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남고,
인근 부동산 시장에도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일반 미분양보다 심각하다.
문제는 이 같은 미분양이 수치로 보이는 것보다 더욱 많을 수 있다는 점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실제 미분양 아파트는 20만채가 넘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회사 보유분과 임직원에게 떠넘긴 물량 등 미신고 미분양 아파트까지 감안하면
20만채가 넘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나올 신규 분양도 골칫거리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6월까지 취득 · 등록세가 감면된다는 점과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분양가가 오를 수 있다는 점에 맞춰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며 "일단 시세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야
수요자들이 '입질'이라도 할 텐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분양 성수기라는 봄을 맞아서도 분양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 청약 결과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조정국면 길어질 수도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돌파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6월 이전에 집을 못 팔면 앞으로 상당기간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괴담'까지 떠돈다.
6월이 되면 부도나는 건설사가 늘어날 수 있다는 '6월 위기설'의 부동산 시장 버전인 것이다.
그 근거로는 금리 인상 움직임과 세계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실수요자들이나 투자자들이 갈수록 보수적으로
부동산에 접근하는 추세"라며
"지방선거 이후에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심리가 상당기간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초를 기점으로 조정이 중장기적으로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광석 스피드뱅크 실장은 "2000년 초 이후 진행됐던 10년간의 대세 상승기가 끝나고
집값이 긴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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