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방/58 개띠의 삶

고향산천 시리즈 - 나의 태밭 냉천동

草 雨 2009. 10. 6. 13:11

 

나의 태밭 冷泉洞

 

 

방죽골 저수지에서 간신히 차를 돌려

24번 국도인 우리집 입구에서 찍어 봤는데

옛 집은 간데 없이 무신 요양원인지 고름장인지가 버티고 있더라 이말이여

 

 

 씁쓸한 여운을 버릴려고 마을앞에서 눌러봤어

가뭄에도 끄떡없던 공동 우물터는 그 명맥만 유지한체 하늘로 입을 벌리고 있더군

명절이라 여춘이 삼순이 덜이 타고온 차들이 보이고 

 

추석날 오후에

쳐진 대나무가 용마루를 덮고 있어

누가 봐도 자식이 없는 집 같길래 혼자서 정말 뒤지게

땀흘리며 대나무를 베어낸 후라 땡겨서 한컷 더 찍었어

 

육성회비나 아부이 가용돈으로 한 몫을 했던

겨울이면 눈에 덮혀 못 쓰게 될까봐

울 아부이는 오바를 뒤집어 쓰고 눈을 털며 아끼던 그 대나무 밭이

지금은 천덕꾸러기가 되어 방치된체 말이여

 

냉천동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그 공동정(井)이 승합차 옆으로 쬐까 보이제

좌측 파란 지붕이 나의 탯줄이 빠진 집이구먼

맨위 중앙쯤 파란 지붕이 이 카페지기 문정선 성님네 고향 집이구...

 

 어뗘??

쬐끔 가물기만하면 하늘보고 혀바닥 내밀던

오밀 조밀한 천수답이 그림같이 이쁘제??

 

구산교에서 바라본 거북내구먼

그 뒷산을 우리덜 클적엔 새밭터라고 불렀는디 그 산이 거북등같다나??

춥고 긴 겨울이 지나고나면 허기진 배를 휘잡고

지난해 가을 고구마 밭에 혹시 남아있을 이시락을 주우러 나녔던 기억

우리는 그때 "새밭터"라고 불렀던 것 같어

지금은 태양광 집열판이 설치돼 있지 아마?

 

 아래 풍경이 내 소시적의 인격소양의 한 장면이구먼

마루에 주저앉아 도리판 밥상을 책상으로 놓고 방학숙제를 하면서

 

금성 트란지스타 라지오에서

남진의 노래 물레방아 도는데" 나에게 애인이 있다면" 등이 흘러 나올라치면 

보륨을 이빠이 틀어놓고 한가락씩 뽑곤 했었네

 

광속에 쳐밖혀 있던 쥐똥이 수북한 그 골동품 라지오를 이번에 가져왔네

칫솔로 문지르고 닦고 개지랄했더니 그놈이 날보고 고마워하는것 같더군

 

또하나 우측에 우산각 보이지?

지금은 술에 취한 사람의 다리처럼 네 기둥이 힘이 풀려서

걸터 올라가기도 저마스러운 우산각...

대나무가 많은 마을이라 반쪽을 켠 대나무를 바닦에 깔았고

사각으로 마름질한 인방을 겸한 중보는

여름 한나절 머리를 나란히 하는 목침역활을 했었지

우리들의 유일 무이한 놀이더였지

 

 

예나 지금이나 물만 보면 사죽을 못쓰는 나를

일찍부터 알아보신 울 아부이께서

남들 멱감으러 가는데도 나만 못가게 망을 보시던 저 우산각

 

보리가 자란 논둑길을 낮은 포복으로 기어가는데도

망원경 보듯 내려다보시고 ""막뚱아~~~""

이 한마디면 다 끝장이었어.

더  이상 뒷말이 필요없었지..

(니미18 다른 새끼덜은 다 보내는디.....더워 뒈지겉구먼 잉~~잉~~)

 

그러다 해가 어느정도 기울때

울아부이 나에게 소를 끌으라 하시며 소 목욕시키러가자고 하셨지

소를 물속에 집어넣고 얇고 넙적한 돌로 쇠등을 문질렀지

 

소새끼 멱이 끝나면 울 아부이는

나랑 눈높이를 같이 해 주셨어

돌팍을 두손으로 감싸올리면 그 손안엔 틀립없이 준탱이가 들어있었어

미끄럽고 배만 튀어나온 준탱이 고기

그때도 사실 고기축에도 못 끼는 녀석이었지만

난 울 아부이가 너무 존경스러벘어

아마 낮에 마을 아그덜이랑 못 놀게한 미안함을 보상하시듯

막내인 나한테는 너무나 자상하셨던 아부이셨지

물만 보면 비릿한 냄새에 사죽을 못 쓰는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셨어

 

 

참고로 그 냇가를 죽림마을 들어가는 길에 우측 솔밑쪽으로 돌려 찍었는데 

안 보면 좋았을 사진일지 모르것네

 

쑥을 뜯어 귀막고 뛰어내리던

하얗게 널다란 자갈들이 널부러지게 깔렸던

그 맑디맑던 냇가가 갈대인지 뭔지 모를 잡초에 덮힌체

 

아예 인간의 접근을 거부하고 있는 것 같더군

이젠 꿈속에서나 그려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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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 동네라고 젤 멋지게 올렸구나 삼구동은 대~충 올리고 말여 ㅎㅎㅎ그러나 올리느라 수고혔다 09.10.06 21:44
그게 아닌디....... 길하고 좀 떨어져 있으면 다 덮어지는데 가까이서 보면 달구새끼 집 같고, 페허가 보이고, 도야지 우리 .오양간들이 그대로 방치되 있어서 다 날린거구먼...미안혀...다음에 다시 기회를 줘봐... (사진 한장 추가혔어. 음악도 니가 좋아하는 뽕짝으로 바꿨응께. 다시 느그동네 딜다봐라) 09.11.03 22:55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