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가고 오는데/1 월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草 雨 2014. 1. 8. 10:04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시인  도종환
                          
    풀잎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별빛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사랑은 고통입니다
    입술을 깨물며 다짐했던 것들을 우리 손으로 허물기를 몇 번
    육신을 지탱하는 일 때문에 마음과는 따로 가는 많은 것들 때문에
    어둠 속에서 울부짖으며 뉘우쳤던 허물들을
    또 다시 되풀이 하는 연약한 인간이기를 몇 번
    바위 위에 흔들리는 대추나무 그림자같은 우리의 심사와
    불어오는 바람같은 깨끗한 별빛사이에서 가난한 몸을 끌고 가기위해
    많은 날을 고통 속에서 아파하는 일입니다
      사랑은
      건널 수 없는 강을 서로의 사이에 흐르게 하거나
      가라지풀 가득한 돌 자갈밭을 그 앞에 놓아두고 끊임없이 피흘리게 합니다
      풀잎하나가 스쳐도 살을 베이고
      돌 하나를 맓아도 맨 살이 갈라지는 거친 벌판을
      우리 손으로 마르지 않게 적시며 가는 길입니다
      그러나
      사랑때문에 깨끗이 괴로워 해본 사람은 압니다
      수없이 제 눈물로 제 살을 씻으며 맑은 아픔을 가져보았던 사람은 압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고통까지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것들을 피하지 않고 간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서로 살며 사랑하는 일도 그렇고
      우리가 이 세상을 사랑하는 일도 그러합니다.
        사랑은
        우리가 우리 몸으로 선택한 고통입니다.

        < 일령계곡 헤매다 귀가 길 불광천 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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