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가고 오는데/8 월

비도 오고 그렇고 해서

草 雨 2012. 8. 21. 00:31

목동 MTB의

남한강 자전거 길 정모 라이딩을 앞두고

금일 동아일보 Leisure C6면의 보도자료에다

몇장의 사진을 부가해서 올려봅니다 !

 


 

 

팔당댐 아래 한강을 따라 나란히 달리는 자동차와 자전거. 남한강자전거길은 자전거 전용 2차로(폭 3m)에 보행자도로 1차로(폭 1.5m)로 이뤄졌다. 팔당대교에서부터 충주댐까지 128.8km의 거리. 차르르! 자전거 바퀴살 소리가 감미롭다. 팔당=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자전거는 초식동물이다. 얼룩말이나 사슴이다.

자전거 안장은 아프리카 초원에서 풀을 뜯는 영양의 엉덩이다.

마름모꼴의 자전거 프레임은 암소의 갈비뼈다.

톱니바퀴로 이뤄진 자전거 크랭크는 코끼리의 기다란 이빨이다. 자전거는 우직하다. 불평이 없다.

그저 페달을 밟기만 하면 군말 없이 나아간다.

차로와 교차되는 곳에 설치된 자전거교통신호등.

 

남한강자전거길이 지난달 8일 열렸다. 팔당대교에서 충주댐까지 128.8km 거리. 자전거로 보통 8∼9시간 걸린다.

이 중 팔당대교∼양근대교까지(29km)의 풍광이 으뜸이다.

느릿느릿 해찰하며 달려도 왕복 4시간이면 거뜬하다. 요즘 이 코스엔 평일에도 하루 수천 명이 몰린다.

 <사진 : 철길 아래 누런 벼>

 


휴일 중앙선 전철은 울긋불긋 옷차림의 승객으로 꽉 찬다.

운길산 예봉산을 찾는 등산객과 남한강자전거길을 찾는 라이더, 그리고 걷기여행자까지 발 디딜 틈이 없다.

평일엔 40대 이상 여성이 많고, 주말엔 50, 60대 남성들로 왁자하다.

중앙선 전철 맨 앞 칸과 맨 뒤 칸은 평일에도 자전거로 만원이다. 양평경찰서에선 자전거순찰대까지 운영하고 있을 정도이다.

팔당대교∼양근대교 자전거길은 중앙선 폐철로 위에 시멘트 등으로 메워 길을 냈다.

자전거전용로 2차로(폭 3m)에 보행자도로 1차로(폭 1.5m). 중간 중간에 녹슨 옛 선로를 남겨뒀다.

터널도 봉안, 용담, 부용1∼4, 도곡, 원복, 기곡 등 9개나 된다. 기곡터널이 570m로 가장 길다.

북한강철교(560m)와 터널 대부분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사진 : 구 중앙선 터널>

 

 

팔당∼양근대교 코스는 가장 아름답지만 빨리 달리긴 무리다.

주말이나 휴일엔 도보여행자와 라이더가 너무 많아 위험하다. 자전거는 빨라 봐야 시속 30km 정도다.

이 코스에선 시속 15km 이하로 달리는 게 적당하다. 그래야 숲 속의 새소리와 한강의 물소리 바람 소리가 들린다.

연보라 쑥부쟁이가 보이고 노란 감국의 진한 향기가 콧속을 간질인다.

 

남양주는 다산 정약용(1762∼1836)의 도시이다.

다산은 옛 능내역에서 1km 떨어진 마현리(馬峴里)에서 태어났다.

그곳엔 다산과 그의 부인 풍산홍씨(1761∼1838)의 합장묘가 있다.

자전거길을 따라가다가 옛 능내역에서 한강 쪽으로 내려가면 된다.
 

<사진 : 다산 생가 입구>

 


2005년 4월 1일 폐쇄됐던 옛 능내역(1956년 개장)은 갤러리로 다시 태어났다.

통학생, 동네 주민, 촌로 등 지난 세월 능내역을 배경으로 찍은 수많은 사람의 사진이 걸려 있다.

‘추억의 사진 전시장’인 셈이다. 사진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금세 훈훈해진다.


<사진: 오픈하기전 능내역>


두물머리(二頭水)는 양수리이다.

두 큰 물, 북한강(325.5km)과 남한강(394.25km)이 만나는 곳이다. 북한강은 금강산에서 첫물이 솟는다.

철원 화천 춘천 가평을 거쳐 두물머리에 이른다. 남한강은 삼척 대덕산이 뿌리이다.

영월 단양 제천 충주를 휘돌아 나온다.


 

 

도보여행자들은 어린아이들처럼 시끌벅적하게 떠들며 걷는다.

깔깔대거나 수다를 떨며 자전거길을 따라간다.

가끔 그 옆으로 자전거들이 휙휙 지나간다.

바람이 불 때마다 길섶 황갈색 참나무 잎들이 우수수 진저리를 친다.




자전거는 ‘땅 다리미’다. 부드럽게 둥근 ‘쇠 다리미’다.

울퉁불퉁 자갈길이 “차르르 차르르∼” 자전거 바퀴살에 살며시 스며들면, 말랑말랑 흙길이 된다.

딱딱한 시멘트길도 “또로록 또도로록∼” 바퀴살에 한 번 감겼다 나오면, 고슬고슬 부드러운 길이 된다.

자전거 바퀴살은 바람을 감고, 햇살을 감고, 빗물을 버무려 꿈을 자아낸다. 두 동그라미가 굴러간다.

사람은 동그라미 두 개 위에 앉아서, 길을 돌돌 둥글게 말며 나아간다.

 

<사진 : 이포 보 교각>

 

▼ 자전거 교통법규 ▼

○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자동차로 취급된다.
○ 운행 중 사람을 다치게 할 경우 5년 이하 금고나 2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 횡단보도 건널 땐 반드시 내려서 끌고 가야 한다. 탄 채 횡단보도 건널 땐 자동차로 간주된다.

    끌고 걸어가야 보행자로 인정된다.
○ 뺑소니자전거도 형사처벌 대상이다.
○ 도로 주행 땐 반드시 우측 통행이며, 역주행, 인도 주행, 중앙선 침범 땐 제재를 받는다.

    또한 자전거는 2대 이상 나란히 달리면 안 된다.

낡은 자전거 /안도현

 

너무 오랫동안 타고 다녀서

핸들이며 몸체며 페달이 온통 녹슨 내 자전거
혼자 힘으로는 땅에 버티고 설 수가 없어
담벽에 기대어 서있구나
얼마나 많은 길을 바퀴에 감고 다녔느냐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길을 많이 알수록
삶은 여위어 가는 것인가, 나는 생각한다
저전거야…
자전거야…
왼쪽과 오른쪽으로 세상을 나누며
명쾌하게 달리던 시절을 원망만 해서 쓰겠느냐
왼쪽과 오른쪽 균형을 잘 잡았기에
우리는 오늘,
여기까지,
이만큼이라도,
왔다.

2011.11.18 목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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