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서울을 꿈꾸는 이들에게
단독주택이 새로운 '드림하우스'로 등장했다.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집을 짓는 사람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누구나 단독주택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지은 집이 자신이 그린 그것과 다를 수도 있고 단독주택에 이주한 후에 생활이 불편해지는 경우도 있다.
생각보다 하자가 많아 후회할 수도 있다. 자신을 제외한 가족들의 만족도가 낮을 수도 있다.
만족스러운 집짓기 하나하나 따져보자.
땅 사기 - 가족들의 생활 패턴을 고려하라
집을 짓는 첫걸음은 땅을 고르는 것이다. 땅이 정해지지 않으면 설계도 할 수 없다.
단독주택 거주자들은 땅을 잘 골라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가족들의 생활 패턴과 어울리는 위치여야 한다는 점이다.
직장이나 자녀들의 학교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면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전원생활을 갈망한다 해도 자신이 현재 살고 있는 방식과 동떨어져 살 수는 없는 것이다.
실제로 직장에서 거리가 먼 곳에 집을 지어 살다가 다시 원래 살던 곳 근처에 전세로 이사오는 경우도 있다.
애써 지은 집이 주말에나 이용하는 세컨드하우스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위치를 정했으면 집짓기 좋은 땅을 골라야 한다. 먼저 후보지가 나타나면 지적도를 꼭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도로를 끼고 있어야 한다. 눈으로 보기에 길처럼 보여도 실제는 사유지인 경우도 있다.
지적도를 통해 도로 여부와 필지의 모양새 등을 꼭 확인해야 한다.
방향도 살펴야 한다. 가급적 남쪽을 향하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집을 지었을 때 집 뒤가 높고 앞이 낮은 게 좋다.
이른바 배산임수의 지형을 닮아야 한다는 얘기다. 꼭 풍수적인 이유가 아니라도 이런 지형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는 설명이다.
주변의 주거인프라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교육이나 편의시설이 너무 동떨어져 있으면 불편하기 때문이다.
건축을 위한 기반시설도 살펴본다. 전기, 가스, 통신, 수도 등이 주요 확인대상이다. 해당 시설을 갖추지 못한 경우 대책도 세워야 한다.
가령 상하수도 시설이 없으면 지하수를 이용하는 식의 대응이 가능해야 한다.
이것저것 신경 쓰기 싫다면 택지지구의 단독주택용지를 구입하는 것이 뒤탈이 없다.
택지지구의 단독주택용지의 매력은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주거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병원과 쇼핑센터 등 편의시설과 교육시설이 모두 양호하다. 아파트단지에 살던 사람들도 크게 불편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일부 지구는 자산으로서의 가치도 상당하다.
위치나 교통 등 여건이 우수한 곳은 희소성이 높아 가격이 꾸준히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판교가 대표적이다.
요즘 같은 부동산 빙하기에도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택지지구 안의 단독주택용지 인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냉랭하지만 단독주택용지만큼은 찾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단독주택시장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독주택 시장이 보다 활성화되면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자산으로서 단독주택의 약점은 환금성이 약하다는 점인데 시장이 활성화돼 거래가 많아지면 환금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수익을 목적으로 한 상가주택 역시 건축가에게 의뢰하는 것이 유리하다. 공실률은 줄이고 임대료는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설계하기 - 건축가와 적극적으로 상담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다.
설혹 집을 지어본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집을 짓는 전문가는 건축가다.
마음에 드는 단독주택을 지으려면 마음에 드는 건축가를 찾으면 된다.
능력 있고 성실한 건축가와 계약하는 것만으로 집짓기에 대한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할 수 있다.
건축가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건축비의 10%를 지불하면 경험 있고 믿을 수 있는 건축가와 계약할 수 있다.
기본설계부터 완공까지 1년 가까이 걸리는 작업인데다 여러 명이 매달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비싸다고 할 수는 없다.
설계비를 아까워 할 필요도 없다. 설계가 좋아야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은 불문가지인 것이다.
건축가와 함께 일을 할 때 가장 큰 이점은 원하는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점이다.
흔히 '집장사 집'이라고 불리는 천편일률적인 집이 아니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충분히 반영한 '나만의 공간'을 구현할 수 있다.
하자 없는 공사를 위해서도 실력 있는 건축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시공의 방법과 절차 등을 세세하게 설계하면 하자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시공은 설계대로 집을 짓는 것이기 때문에 설계는 최대한 정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건축가를 찾는 것이 유리하다.
상가주택처럼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지을 때 역시 건축가와 작업하는 것이 유리하다.
단적으로 건축가의 집은 외관적으로 독특하고 아름답다. 실용성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임대용 부동산으로서 경쟁력이 높은 셈이다.
입주 희망자가 많다는 것은 공실 우려가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임대료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수익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마음에 드는 건축가를 간편하게 찾을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 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
건축잡지나 인터넷 등을 통해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낸 후 그 집을 지은 건축가를 추적할 수 있다.
길을 지나가다 마음에 드는 집이 보이면 입주자에게 건축가가 누구인지 물어볼 수도 있다.
또 한 가지 염두에 둘 점은 가급적 단독주택 건축 경험이 많은 건축가를 선택해야 시행착오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10채 이상의 경험이 있다면 안심할 수 있다.
건축가를 찾은 후에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아야 한다. 소통 부족으로 원하지 않는 집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자잘한 짐이 많으니 수납공간이 많이 필요하다든가,
큰 서재가 필요하다든가, 테라스가 넓었으면 한다는 등의 요구 사항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집의 스펙을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두면 도움이 된다.
건축하기 - 저렴한 건축비에 현혹되지 마라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건축가의 추천을 받는 것이다. 만약 건축가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좋은 시공업체를 찾아야 한다.
믿을 수 있는 시공업체를 고르는 방법은 건축가를 고르는 방법과 동일하다. 해당업체가 지은 집을 보면 된다.
건축주나 입주민에게 물어보면 간단하게 품평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경험이 많은 업체를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시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어놓고 보면 처음엔 비슷해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시공업체의 역량에 따라 집이 크게 달라진다"며 "단독주택 시공의 핵심 중 하나인 단열의 경우 품질의 50%는 자재가, 나머지 50%는 시공기술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역량과 경험을 기준으로 보면 아무래도 규모가 큰 업체가 먼저 눈에 들어오게 마련이다.
국내 최대의 시공업체인 동화SFC하우징을 비롯해 이안알앤씨, 디아키즈, 브랜트우드 등이 손꼽히는 업체들이다.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집장사 집과 작품 주택 건축비의 중간쯤에서 건축비를 결정하면 실용적이고 하자 없는 살림집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집을 잘 지어야 단독주택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문제들을 사전에 막을 수 있으므로 건축가와 함께 적정한 비용을 지불해 집을 짓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말에 낮잠 자는 일이 확 줄었어요."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단독주택에 살면서 달라진 점을 묻자 대뜸 '낮잠' 이야기를 꺼냈다.
박 교수는 1년 반 전에 분당의 아파트를 팔고 그 돈으로 경기도 용인 죽전의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친구를 '꼬여' 담장을 마주한 이웃이 됐다. "아파트에 살 때는 주말에 이상하게 피곤한 겁니다.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노곤해요. 그러니 낮잠을 잡니다. 일어나서는 아내에게 미안하니까 함께 마트나 백화점을 갑니다.
살 것도 없으면서 그래요. 단독주택으로 오니까 그 이상한 피로감이 사라졌어요. 아파트 피로증후군에서 벗어났다고 할까요."
"마당 있는 집이 좋아 아파트 팔았죠"
박 교수는 흔히 '아파트 전문가'로 불린다.
원래 전문 분야는 주거 건축인데 언제부터인가 '아파트 전문가'로 알려졌다. 이유는 단순했다.
우리나라의 주거가 대부분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건축 전문가이자 단독주택 이주자로서 박 교수의 경험은 단독주택 이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좋은 참고가 될 터였다.
"아파트가 나쁜 집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너무 획일적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제각기 다르듯 사는 곳도 달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신이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있도록 집의 형태가 다양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들어 불고 있는 탈 아파트, 단독주택의 인기는 이런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도시에서 태어나 줄곧 아파트에서 살던 박 교수가 단독주택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마당 있는 집에서의 여유'라는 소박한 답이 돌아왔다. 흙과 자연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 그를 아파트에서 끌어냈다.
결과는 대만족이라고 박 교수는 답한다. 아파트가 주지 못하는 즐거움이 잔뜩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이웃'이 생겼다.
"이사를 가면 이웃이 집구경을 옵니다. 그게 시작이에요. 계절이 바뀌면 단독주택은 풍경이 달라집니다.
그걸 이웃에게 보여주고 싶어 초대를 합니다. 그 다음에 필요한 물건을 나눠 쓰게 됩니다.
그러면서 부모 세대가 친해지고 자녀들 간의 친밀도도 높아지는 겁니다.
바로 옆집 사람과도 기껏해야 형식적인 인사만 했을 아파트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이웃을 만들어주는 '단독주택의 마법'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박 교수는 '공간의 짜임'에서 답을 찾았다.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개방형 구조다. 거실에 들어서는 순간 집안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을 초대하기 꺼려지는 구조다. 모든 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단독주택은 '숨길 곳'이 많다. 이웃을 초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마당도 비밀 중 하나다.
단독주택은 하나의 집이지만 실내와 마당이라는 2개의 공간이 있다. 마당은 개방적이다. 이웃들에게 보이고 이웃을 만나는 장소가 된다.
만나는 횟수가 늘수록 할 이야기는 더 많아진다.
아파트에 비해 이웃의 공간적 거리는 멀어지지만 교감의 거리는 줄어드는 마법이 이뤄지는 대목이다.
"며칠 전 밤에 전화가 왔습니다. 이웃인데 자기 집 마당의 꽃나무 향기가 근사하다면서 초대를 하는 거예요.
차 한 잔 하며 꽃향기를 음미하자는 거죠. 갔죠. 이웃끼리 공동 작업도 합니다.
얼마 전에 3집이 모여 나무 벤치를 하나 만들고 함께 식사를 했죠. 이웃이 생겨 참 좋습니다."
마당은 가족 구성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기도 한다.
아파트에선 맛볼 수 없는 마당에서의 노동이 주는 즐거움 때문이다.
화초를 심고 가꾸는 일부터 외등을 교체하는 일까지 단독주택은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다. 즐겁다.
"대학 다니는 딸의 귀가시간이 빨라졌어요.
마당 가꾸기에 빠져 있거든요. 아주 즐거워합니다. 텃밭은 아직 없어요.
텃밭을 일구는 이웃집에서 나눠주는 것으로도 충분하거든요. 텃밭은 살면서 천천히 시도해볼 참입니다."
박 교수는 단독주택에 와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한다. 아파트에 살 때와 달리 뿌리가 내리는 느낌이 찾아왔다.
유목에서 정착의 심리가 생겼다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이 집에서 살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참 편해요. 아파트에 살 때는 또 어딘가로 이사를 가겠지라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여기서 평생 살 생각이니까 집값에서도 자유로워진 느낌입니다. 실현되지도 않은 이익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평생 살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합니다"
박 교수는 "단독주택 예찬론자는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단독주택으로 이주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초보 단독주택 거주자이기도 하고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를 비난할 생각도 없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단독주택에 대한 막연한 불안, 편견, 오해만큼은 풀고 싶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단독주택은 불편하다는 '오해'부터 반박했다. 대표적인 것이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는 것이다.
박 교수의 해명은 간단했다. 집을 애초에 잘 지으면 걱정할 일이 없다는 설명이다.
"잘 지은 집이라고 하면 돈이 많이 들어간 집이 아닙니다. 건축가와 함께 꼼꼼하게 지은 집이 잘 지은 집입니다.
설계비를 아까워 하면 좋은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설계가 제대로 나와야 시공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잘 지은 집은 유지관리비 절감으로 이어진다. 박 교수의 경우 살던 아파트보다 1.7배 넓어졌지만 난방비와 전기요금 등 관리비는 오히려 줄었다. 단독주택은 돈이 많이 든다는 것도 오해에 불과했던 셈이다.
잘 지은 집을 위한 대가는 그렇게 엄청나지 않다고 박 교수는 말한다.
살고 있는 아파트를 처분하면 대개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의 경우 단독주택을 마련하는 데 땅값과 건축비를 더해 8억9000만원이 들었다. 아파트 가격은 8억5000만원이었다.
"아파트 가격이 싸서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입니다. 아파트가 싸면 땅값도 싸지 않겠습니까.
큰 욕심 부리지 않으면, 살고 있는 아파트보다 도심에서 조금 멀어지는 대신 단독주택을 가질 수 있습니다. 땅콩집이 그걸 증명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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