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에 / 김광석
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
오늘도 나는
에머릴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으지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꽆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아녕
설령 이것ㅇ ㅣ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나는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 행복 전문
유치환 시인은 젊어서 한때 만주에 가 살기도 하고
귀국 후에는 중,고교 교장으로 경남북일대를 전전했지만
그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은
그가 나서 자랐고 또 교직에 있으면서 후진을 기르기도 했던
경남 통영이다
출처 : 한강에서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
글쓴이 : 草 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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