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방/58 개띠의 삶

자식 목소리.

草 雨 2010. 5. 9. 21:33

 

따르릉

따르르르릉

.

.

오늘도 이모님댁에 가셨나?

 

자로 굽은 허리에 무릎까지 고장나 고생하시면서

"자식보다 4남매 중 유일한 형제간이 더 편하신가보다" 생각하며 

약간은 서운 섭섭한 여운에 잠기는데

저쪽 수화기에서

"여보쇼"

쩌렁한 엄니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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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둥이 요"

"아이고 내새끼냐?"

"엄니도 참 어제 통화하셔놓고 반가운척하긴..."

" 마당에서 뭐 하셨어요? 무릎이 아프시면서 뭘 또 하셨나요?"

.

"너 그러면 못 쓴다"

"예? 제가 뭐 잘못했나요?"

" 너 어깨 수술했담서 왜 애미한테 야그안혓냐?"

휴~~우

"엄니는 걱정거리를 만드시는구만요?"

"느그 큰 아짐이 그러더라"

 에고~~ ..

허긴 큰형수도 곧 70이니 논네가 맞지.

.

 

"니 누이랑 큰아짐이 용돈을 보냈더라."

"매달 가는데 세삼스레 뭘 또 보냈데요? "

"그래서 너는 그리 많이 보냈냐? 시골에서 돈 쓸게 뭐 있다고.."

"허허 엄니 이제 비꼬아서 얘기도 하실줄 아시네? 알았어요. 내일 보내드릴께요"

.

"느그 안껏이 참말로 보냇당께"

"그럼 됐구먼요.그러면 제발 병원 좀 다니세요!!"

.

"어깨 땜시 못 오겄구나?.. 다 낫으먼 와서 된장도 가져가그라."

"글구 느그 안껏이 푸짐거리 좋아허는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버린다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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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비아저씨 내외랑 제일 가까운 미사동 밭에를 다녀왔다.

너무 배서 솎아 내야 한다더라.

언제 고추 모종도 심어 놓으셨나...

상주는 반뼘 열무는 한뼘 가까이 자란것을 넷이서 앉아 솎아냈다.

옆지기는 뽑은데로 가져왔다.

.

.

그래도 엄니테는 "여기도 푸짐거리 많이 있어요"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엄니 먹고싶은디 어쩐다요?..."

"글씨 말이다.. 아깐 것을 내가 다 먹을 수도 없고..."

자나 깨나 자식밖에 모르시는 우리  엄니.

시제를 건너 뛴 여운이 여기에도 남는구나...

또한번 죄스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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