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따르르르릉
.
.
오늘도 이모님댁에 가셨나?
ㄱ자로 굽은 허리에 무릎까지 고장나 고생하시면서
"자식보다 4남매 중 유일한 형제간이 더 편하신가보다" 생각하며
약간은 서운 섭섭한 여운에 잠기는데
저쪽 수화기에서
"여보쇼"
쩌렁한 엄니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
" 막둥이 요"
"아이고 내새끼냐?"
"엄니도 참 어제 통화하셔놓고 반가운척하긴..."
" 마당에서 뭐 하셨어요? 무릎이 아프시면서 뭘 또 하셨나요?"
.
"너 그러면 못 쓴다"
"예? 제가 뭐 잘못했나요?"
" 너 어깨 수술했담서 왜 애미한테 야그안혓냐?"
휴~~우
"엄니는 걱정거리를 만드시는구만요?"
"느그 큰 아짐이 그러더라"
에고~~ ..
허긴 큰형수도 곧 70이니 논네가 맞지.
.
"니 누이랑 큰아짐이 용돈을 보냈더라."
"매달 가는데 세삼스레 뭘 또 보냈데요? "
"그래서 너는 그리 많이 보냈냐? 시골에서 돈 쓸게 뭐 있다고.."
"허허 엄니 이제 비꼬아서 얘기도 하실줄 아시네? 알았어요. 내일 보내드릴께요"
.
"느그 안껏이 참말로 보냇당께"
"그럼 됐구먼요.그러면 제발 병원 좀 다니세요!!"
.
"어깨 땜시 못 오겄구나?.. 다 낫으먼 와서 된장도 가져가그라."
"글구 느그 안껏이 푸짐거리 좋아허는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버린다야"
.
.
오늘 경비아저씨 내외랑 제일 가까운 미사동 밭에를 다녀왔다.
너무 배서 솎아 내야 한다더라.
언제 고추 모종도 심어 놓으셨나...
상주는 반뼘 열무는 한뼘 가까이 자란것을 넷이서 앉아 솎아냈다.
옆지기는 뽑은데로 가져왔다.
.
.
그래도 엄니테는 "여기도 푸짐거리 많이 있어요"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엄니 먹고싶은디 어쩐다요?..."
"글씨 말이다.. 아깐 것을 내가 다 먹을 수도 없고..."
.
자나 깨나 자식밖에 모르시는 우리 엄니.
시제를 건너 뛴 여운이 여기에도 남는구나...
또한번 죄스런 생각이 든다.
'사색방 > 58 개띠의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료비 - 노후생활 최대 변수 (0) | 2010.05.25 |
---|---|
오뚜기 8회 (0) | 2010.05.12 |
회상 (0) | 2010.05.08 |
身體髮膚受之父母 ( 신체발부수지부모 ) (0) | 2010.05.08 |
효도란?? (0) | 2010.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