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가고 오는데/2 월

가슴 깊이 물든 그리움 / 윤보영

草 雨 2017. 2. 13. 00:37


가슴 깊이 물든 그리움 

                                
                                /  윤보영



더위를 쫓기 위해 목 단추 풀고 앉았다가
갑자기 찾아온 산바람이 있거든


그대가 안쓰러워 다가선 내가
마음을 꺼내 들고 산이 되어 있겠거니 여기소서



마른하늘에 번개 일고 천둥이 치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면


그대 그리움을 참지 못해 어디선가 흐느끼며
마음 뜯는 소리려니 여기소서



바람 한점 없는 창밖에서 별빛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괜히 창문을 열고 싶어지면


그대 그리워 달려왔다 꿈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내 그리움 때문이겠거니 여기소서



꽃을 보았는데도 예쁘지 않고

마시고 있는 커피가 쓰다고 느낄 때는


어디선가 그대 생각하며

내 가슴에 꽃 같은 그대 모습 그려 두고 커피 한 잔 마시겠거니 여기소서



지하철을 타고 생각 없이 앉았다가
몇 정거장 더 지난 걸 알고 허둥지둥 돌아올 때는


그대 마음 두드리는 내 그리움 때문에
잠시 혼란이 일어 현실을 놓았겠거니 여기소서



따뜻한 창가에 앉아 차 한 잔 마시다가
베란다 화분에 핀 꽃이 꽃으로 보일 때는


바람 편에 보낸 내 안부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겠거니 여기소서



문득 잠이 깨고 올려다본 천장에 별 하나 보이거든
그 별이 내 가슴에 달아 두고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보는
그대 모습이겠거니 여기소서



왠지 오늘은 시 한 편 읽고 싶어 시집을 꺼내놓고 뒤적일 때는
어디선가 내가 그대 그리워 글을 쓰겠거니


아니, 그대 생각하며 적은 글을
소리 내 읽고 있겠거니 여기소서



이유 없이 외롭거나 문득 누군가가 그립다고 생각될 때는
어디선가 나도 그대 생각하고 있겠지요


그대는
내 가슴 깊이 물든 그리움인 것을...


-ㅓㅊ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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