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귀농’
“돈 다 날리고 택한 귀농, 15년 준비해도 끝이 없어”
경향신문 글 문주영·사진 김영민 기자 입력 2012.07.20 21:49 수정 2012.07.21 03:25
예비 귀농인 최미연씨
경기 용인에 사는 주부 최미연씨(64·사진)가 귀농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였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1980~1990년대 고도 경제성장을 겪으며 으레 물질적 풍요를 맛보았듯이 최씨도 IMF 외환위기가 오기 전까지는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 덕에 서울 강남에서 20년간 큰 어려움 없이 살았다.그러나 남편의 실직과 이어진 사업 실패는 삶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자녀 교육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강남에 계속 살았지만 퇴직금은 다 날리고, 내 집 없이 전전긍긍하는 세상살이가 녹록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귀농에 대한 환상도 품었다. 하지만 귀농을 준비하면서 환상은 깨졌다.
최씨는 땅을 마련하기 위해 무려 15년의 시간을 쏟았다. 그는 "가진 돈이 별로 없으니 한 푼이라도 싸게 사기 위해 경매 공부에 매진했다"며 "전국을 돌며 매물로 나온 땅을 둘러봤다"고 말했다.
결국 2010년 말 경매를 통해 경북 봉화에 대지 759㎡(230평)에 33㎡ 규모의 자그마한 집이 딸린 물건을 자식들의 도움을 받아 낙찰받았다. 시세보다 저렴했고, 무엇보다 땅이 네모반듯하고 도로에 접해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최씨는 지난해부터 서울시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농사에 관한 기초 이론과 실무 등을 배웠다.
귀농에 필요한 준비사항을 비롯해 축산업·과수업·먹거리 사업 등과 두부 만들기, 염소·오리·닭 키우기, 배추·감자·상추 등 작물 심기 등이다. 그는 "농사를 배우는 데 끝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부터 농사를 시작했다. 먼저 배추·감자 등을 심었고, 올해는 고구마를 주종으로 해 토마토·옥수수·감자 등을 재배하고 있다.
최씨는 본격적인 귀농 시기를 2~3년 후로 생각하고 있다. 그때까지는 한 달에 서너 번씩 남편과 함께 내려가 지금처럼 시범적으로 여러 작물들을 재배할 계획이다.
최씨는 "길 옆에 난 풀 한 포기도 예뻐보여 왜 진작 이걸 안 했을까 후회가 들 정도로 귀농은 이제 내 인생의 '안식처'가 됐다"며 "여생을 시골에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 글 문주영·사진 김영민 기자 mooni@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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