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방/58 개띠의 삶

사람노릇

草 雨 2011. 1. 29. 12:57

 

사람 노릇

 

 

4년전 부친을 여의고 노모가 올해 90이십니다
그러니까 36세의 어머니(암캐)가 숫강아지를 낳으신거죠

연세가 지극하시니 허리가 굽우시고 무릎이 아프시고

무엇보다 잘 씹지못하니 드시는게 시원찮습니다

 

몇해전부터 틀니를 다시 하자고

5남매가 설득을 하였으나 노모의 고집을 꺽지 못했습니다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그리 난리를 치느냐는 것이죠

 

그러시면서 어떤때는 틀니 없이 식사를 하시는 겁니다

 

저는 옆에서 가위를 들고 모든 음식은 잘게 잘랐습니다

외식이라 해봐야 칼국수집이 고작입니다

하물며 국수발까지도 가위로 잘라야 합니다

 

우선 보기에도 안쓰러웠지만 귀찮키도 했습니다

식사때 제가 없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래서 구정전에 틀니를 다시 해드리려

집안식구가 연극아닌 쑈를 했답니다

 
지금 노모는 공짜밥을 안드신다며 마늘씨를 까고 계십니다
그래도 저분이 계시므로 집안이 더 안정감있고 평온하지 않나 싶어
어머님의 존재감에 감사를 드릴 뿐입니다

 


돌아가신 뒤에 조금이나마 후회를 덜 하려고 하는짓인데
사람노릇 참으로 생각처럼 쉽지않습니다
풍요로운 명절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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