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오늘처럼 삼복의 찌는듯한 무더위와 씨름하다보면
시원한 장대비가 후두둑 쏟아져
끕끕한 몸과 마음 시원하게 씻어주기를 바라면서
어서 가을이 왔으면 하고 기다립니다.
그러나 막상 가을이 되면
중년의 가슴이 헝하게 비어가는 쓸쓸함이
갂갂갂갂아스팔트위를 뒹구는 낙엽을 보고도 우리를 사색의 세계로 몰고 가지요.
그러다가도
올 겨울을 어떻게 하면 더 따뜻하게 보낼 수 있나 생각하면
중년의 가슴을 춥고 움추리게 하지만
겨울은
밤새 소리없이 내린 함박 눈이 시린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기도 합니다.
꽁꽁 얼어붙어 도대체 생명이라곤 살수없은것 같던 그 동토를 뚫고
새파란 싹이 돋아나는 새봄이 어김없이 약속을 지킬때
중년의 어깨에 또다시 앞으로 내 딛는 힘을 얻나봅니다
이렇듯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맡고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면 이땅의 시인이며 소설가가 굶어 죽을까요?
이처럼 사계절이 각각 제 맛이 나는 환경에 살면서
가끔 행복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의 육신은 참 오묘하여서 내 배가 부르면
보이는게 아름답고 살만한 가치가 있어 보이지만.
더 많은 갈망과 욕심으로 세상을 보게되면
경쟁의 대상으로만 비춰져 지친 마음만 되돌아오게 됩니다..
오늘 같은 열대야 오지 않는 잠과 싸우기보다
강아지와 같이 골목길을 돌다가 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아...
우리 강아지가 저토록 좋아하는걸 보니 오늘 나도 뭔가 좋은 일을 했구나.
있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만 있다면 아니 노력을 한다면
자연이 주는 사계의 변화만으로도
우리는 시인이 되고 소설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