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가고 오는데/7 월

오늘따라

草 雨 2010. 7. 15. 14:07

  

오늘따라

 

 

오늘도 집으로 향하는 골목에 접어드니

 어김없이 또 다시 당신이 보고싶어집니다.

 

때로는 우산을 들고

때로는 장미 한송이를 들고

콜타르를 바른 나무 전봇대 뒤에서 고개를 내밀던 당신이

또다시 보고싶어집니다

 

비가 와서 당신이 보고싶어지는 것만은 아님을

당신은 알 것입니다.

 

아침에 눈을 뜰때나

일어나 커텐을 재치고 창밖 골목을 내다볼때나 

통근버스를 탈때나 옆에 빈 의자를 볼때나

늘상 당신이 보고싶어하는 것을...

 

그런데 오늘따라

소리도 없이 내리는 비에 우산을 들었건만

무릎까지 젖은 바지를 찌켜올리고 있는 내 꼴이 우습다가도

이유없는 서러움이 왈칵 빌려옵니다

꼭 내 뒤를 밟으며 당신이 미행을 할 것만 같아서

자꾸 뒤를 돌아다 봅니다.

그래서 비에 더 젖었는지도 모릅니다

 

뒤돌아보면 어둡고 좁은 골목에 빗방울이 부셔지고 있습니다.

머리 속은 곧바로 저 넓은 바다를 헤엄치며

매미소리 울어대는 계곡을 싶게도 건너서 당신에게도 달려가고 있습니다.

 

어느 때고 당신을 생각하지 않은 순간은 한 순간도 없었지만.

생각 저쪽에 당신이 나타났다 사라지는게 면역이 생겼건만.

  

오늘따라

내 곁에 당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순간마다

가슴으로 고인 눈물이 비와 뒤엉킵니다.

이제는 집에 도달할때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으렵니다.
이미 당신은 내게서 너무 멀리 있음을 알기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왜 당신 얼굴에 빗방울이 흐르고 있는 모습이 보일까요?

왜 당신 가슴에 높은 파도가 부서지는 겨울 바다만 보일까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모습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요?

당신과 내 눈물이 그 바다에서 만날수는 없을까요?


오늘따라

단 몇초만이라도 당신얼굴을 볼 수 있다면

내 가슴이 이리도 방망이질 치지는 않을것이 분명한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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