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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은 더 훈훈하고 화사할 것 같습니다.

草 雨 2021. 2. 21. 10:12

참 맘 고운 부부(퍼온 글)

 

 

 

저는 서울에서 조그맣게 중고 컴퓨터를 취급하는 장사를 합니다.

얼마 전 저녁때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여기는 칠곡이라고 시골인데요.
6학년 딸애가 있는데 서울에서 할머니랑 같이 있구요....(중략) 
사정이 넉넉치 못해서 중고라도 있으면 ........
통화내내 자신없이 말끝을 흐리셨습니다.


열흘쯤 후 쓸만한 게 생겨 22만원이라고 전화드렸습니다.


3일 후

컴퓨터를 들고 받아적은 주소대로 찾아가며 전화를 드리자,

다세대 건물 귀퉁이 샷시 문을 열며 할머니 한 분이 손짓을 하십니다.

들어서자 엄마가 보내준 생활비로 꾸려나가는 살림살이가 글로 쓰듯 보였습니다.
설치후 테스트하고있는데

밖에서 “우와 컴퓨터다!" 하며 꼬마여자 아이가 들어 옵니다.

서울 6학년 애들보다 왜소한 체구의 아이는 명랑해 보였습니다.

 

할머니께서 답하십니다.
"너 공부 잘하라고 엄마가 사온거여, 학원 다녀와서 실컷 하고 어여 갔다와.

쯔쯧 불쌍한 것~~"

아이는 할머니말이 끝나기도 전에 흥얼거리며 뛰어가고있었습니다.


설치를 끝내고

(요즘 애들은 유치원에 가기전부터 컴퓨터를 주무르는데 6학년 애가 얼마나 컴퓨터를 갖고 싶었을까나 ~~)

 

이런 저런 생각하며 골목길을 나와 대로변에 들어서는데 아까 그 아이가 정류장에 서있습니다.

 

"학원이 어디니? 아저씨가 태워줄께...." 나도 나를 의심했습니다.
보통 이렇게 말하면 안탄다 그러거나 망설이기 마련인데

"하계역이요~"그러길래 제 방향과는 반대쪽이지만 돌아가기로 태웠습니다.

한 10분 갔을까...
아이가 갑자기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고 합니다.
"쫌만 더 가면 되는데 참으면 안돼?"

"그냥 아무데나 세워 주시면 안돼요?"
저 앞 패스트푸드점 건물 앞에 차를 세웠습니다.
"아저씨 그냥 가셔도 되니 안녕히 가세요..."하면서 화장실을 찾아 뛰었습니다.

여기까지 온거 기다리자하고 담배를 찾아 물고

라이터가 있는 센터 콘솔박스를 돌아보다 가슴이 '쿵~~' 하는걸 느꼈습니다.

 

옆 조수석 시트에 검빨간 색의 피가 ~~~.


"아차.... 생리였구나 ~~.

 

준비없이 저리 허둥대며 당황하는걸보면 첫 생리 ?? 

바지에 묻었고, 당장 처리할 물건도 없을 것이고,
아이가 화장실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텐데..

아까 사정 봐서는 핸드폰도 분명 없을텐데...... 
담배가 반이 탈때까지 이런 저런 생각에 어쩌나~ 어쩌나~ 하다 집사람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집사람 말을 듣고보니 마음이 급했습니다.

차에 비상등을 켜고 내려서 속옷가게를 찾았습니다. 

버스 중앙차로로 달렸습니다.

만만한 집사람한테 또 전화를 했습니다.

 

집사람에게 이차 저차 물었습니다.
온답니다.

아~~집사람이 구세주 같았습니다.

.

"어디야?" 
"나 광진구청"
"너 지금 택시타고 빨리 청량리역...아니 걍 오면서 전화해.. 내가 택시 찾아 갈께"

.
"생리대 샀어?"

"속옷은?"

"바지도 하나 있어야 될꺼 같아서....."
"근처에서 치마 하나 사오고....

"당신은 편의점에서 아기물티슈두 하나 사와...."

"애 이름이 뭐야?"
“애 이름을 모른다.... 들어가서 일단 찾아봐...."

집사람이 들어가니 화장실 세 칸 중에 한 칸이 닫혀 있더랍니다.

"애기야. 아까 컴퓨터 아저씨 부인 언니야. 안에 있니? "

아무 답이 없어 뭐라 몇 마디 더 하자 안에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네...." 하더랍니다.

그때까지 그 안에서 울면서 낑낑대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린애가 그 좁은 곳에서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조수석 핏자국이 지워지지 않아 대충 문지르고있는데 집사람한테 또 주문이 왔습니다.

"5분 이따 나갈께 당신은 다시 가서 꽃이나 한송이 사와"

이럴 때 뭘 의미하는지 모르지만 이쁜 꽃송이로 골라 한 다발 샀습니다.


집사람과 아이가 오는게 보였습니다.

얼마나 마음 고생을 하였는지 아이눈이 벌겋게 부어 있었습니다.

 

화장실에서 집사람을 보고 멋쩍어 하더니 챙겨 간 것들을 쳐다보고서야 그때부터 막 울더랍니다.
같이 눈물자국이 남아있던 집사람이 저녁이라도 먹여서 보내자고 하였습니다.

아이는 핏자국이 아직 남아있는 시트에 겁이 난듯 한사코  그냥 집에 가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

.
집사람과 나는 별다른 말이 없이 집으로 향했습니다.

 

"여보 ! 할머니한테 다시 가요 !"

침묵을 깨며 집사람의 다급한 목소리에 왜 ? 라고 묻지도 못하고 차를 돌렸습니다.

 

집사람은 주섬 주섬 돈을 챙기더니 할머니한테 드리고 오라며 내 손에 건넸습니다.

순간 (집사람한테 저런 면이 있었나?) 싶었습니다.

 

"할머니 물건값 잘못 계산됐습니다"라 건네고 도망치듯 차로 달려왔습니다.

차에 타자 집사람이 제 머리를 헝클헝클 쓰담거리며 한마디 하며 웃더군요.
"짜슥~ 괜찮네" 

(지아비한테 짜슥이라니 ~~. 당신도 괜찮은 여자였어.......)

.

.

밤 11시경 전화가 왔습니다.

"여기 칠곡 낮에 컴퓨터 산 아이 엄마인데요. ~~~~~ ......."

이 첫마디 외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그냥 흐느껴 우셨습니다....

저도 이럴때 어떤 말이 좋을지몰라 건강타령만 했습니다.

"몸 건강하세요~~. "

 

칠곡 아이 어머님덕분에 오늘 하루 사람답게 보낸것 같습니다.

또 집사람이 저런 면이 있었구나 하는 걸 알게 해준 6학년 여자아이한테 고마움을 전해봅니다.

오늘은 참 마음이 부자같은 하루였었노라고 ~~~  땡.

                                                                                                                                   -- 편집 : 草 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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