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방/Folks movie

노래에 담긴 사연 (나어떡해 / 샌드 페벌즈)

草 雨 2010. 12. 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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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요일입니다

집에 있는 날 정오 쯤이면 각씨는 자연스레 T.V와 오디오를 켭니다

인생을 감미롭게 살려면 노래도 많이 알아야 겠기에 전국 노래자랑을 보려구요
오늘도 제가 찍은 출연자가 대상을 받았습니다
 

T.V 음질로는 식별을 못하고 오디오를 통해 들어야 가능합니다만

그래도 울 옆지기는 저더러 신의 귀를 가졌다고 합니다

이런 얘기를 들을때면 

제 머리속에선 필름 바퀴가 고속으로 뒤돌아가서

군 졸병시절 내무반의 침상과 관물대 내무반장실이 보이는 화면이 나타납니다

이 현상은 아마 죽을때까지 지워지지 않을 내 생의 로맨틱한 추억으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은 의심치 않습니다

 

*

*


졸병시절

내무반 텔레비죤에서는 제5회 MBC 대학가요제가 방영되고 있었고

휴식을 취하던 병사들의 눈과 귀가 그 곳에 쏠리고  있었습니다
저역시 내무반 바닦을  대걸레로 열씸히 닦고 있었지만 귀는 T.V에 연결되 있었습니다.


그때 어느 고참인가 큰소리로
누가 대상을 받는지 내기를 거는 거였습니다
그때는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저 높은 곳에 있는 까마득한 대 고참이었습니다


!!!

나도 모르게 감히 제 입에서 그렇게 큰소리가 튀어 나와 버렸습니다

큰일이 났습니다.

이제 못 맞추면 어떡허나??

제일 쫄따구가 군기가 빠져가지고 관등성명도 없이.........

짤깍 짤깍 몇초사이에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도망치다시피 내무반을 빠져나와 세면장으로 갔습니다

온갖 생각으로 죄없는 걸레만 수없이 비벼대고 있었습니다

한참 후

저보다 세달 먼저 자대에 온 동기가 분위기를 파악하고 한까치 담배를 건네 왔습니다

저는 후반기 교육을 받고 온지라  그 동기보다 낯설은 자대였으니까요

 

어떡허냐고 물었습니다

담배를 절반 피웠을 무렵 동기는 입을 열었습니다

내무반장님이 방금 그 쫄병 데리고 오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아까 그 텔레비죤 방송은 이미 잊어버리고

죄 지은것도 없는것 같은데...청소를 잘못했나보다하고

겁 부터 먹고 비 맞은 달구새끼처럼 허리까장 구부린체 내무반장님앞에 섰습니다

 

성 !! 병 김XX 입니다

신고식때 보고 지금 보는 내무반장님은

커텐이 가리워져 얼굴을 볼 수도 없고 목소리만 커텐을 뚫고 건너왔습니다

 

내무반장 : 담배피우나?

이등병 : 네. 안 핍니다

내무반장 : (피식 웃으며)  짜식!! 괜찮아....... 여깄다   한대 꼬실라봐!

내무반장 : 괜차나 임마.. 너 담배 피우는거 다 알고 있어..

               내무반장이 그것도 모르면 되나..

 

나중에 알았지만 내무반장(장 K J 병장)은 담배를 피우지 않았습니다

당시 거북선마크가 새겨진 장초는 최고의 사제 담배였습니다

불 까장 붙여 주는지라 마지못해 받아 물고 억지 기침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물었습니다

 

내무반장 : 너 밖에 애인 있나?

이등병 : 네. 없습니다.

내무반장 : 애인 있으면 면회오도록 내가 연락해줄려고 했더니...

 

오메나...

내무반장님 입에서 면회란 말을 듣고나니 말 그대로 환장하겠더군요

 

이등병 : 사실은......

내무반장 : ..............(못 들은 척).............................................

 

부산 병참학교 후반기 교육을 받을때

야간 완행열차에 실려

밤새 꼬빡 서서 면회 온 가이나를 아직까지 보지 못했건만

절박한 내 심정을 홀애비 저 내무반장이 알 턱이 없었던 거지요..

 

그때 내무반장은 신참 졸병의 신상파악 일지를 적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저는 앉아있는 내무반장을 보지도 못하고

차려 자세로 전방 15도 각도만 쳐다보고 있으니 차츰 다리에 쥐가 나고 있었습니다

 

 

한참 후에

 

내무반장 : 아까 대학가요제..... 바윗돌인지 돌맹이 인지 그 노래가......... 대상했다.

               그것도 노래라고 소리만 꽥꽥 지르더만.........

이등병 : 네. 알겠습니다

 

                        (며칠 전 7080 콘써트의 정오차 모습)

 

내무반장 : 뭘 알어 임마..네가 그 노래 1등이라고 말했다면서?? 

이등병 : 네. 아닙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내무반장 : 너 아니었어?

이등병 : 네. 아닙니다.......................................................

           1회때............ "나어떡해" 도.......... 제가 맞췄습니다

내무반장 : 그래?? 그럼 너........... 지금 그 노래 불러봐!!

 

그러더니 모든 내무반원 들에게 T.V를 끄고 내 노래를 경청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저는 불렀습니다

아니 사실 목이 터져라고 부르고싶어 했는지 모릅니다

 

제 목소리는 점 점 커졌습니다

동기는 손벽으로 박자를 맞춰 주었습니다

여기 저기서 손벽을 치기 시작하더니 이내 전 내무반원이 합창으로 변했습니다

옆 내무반에서도 몰려왔습니다

앵콜이 터지고 그 노래를 다시 한번 부르라는 것이었습니다

 

모~옷~ 믿겠어~  떠난 다~아~는  그~말은~~

아~안~ 듣겠어~  안녕 이~~란  그~~말을~~

 

어느샌가 저는 제 노래에 목이 메어 

양 볼에 닭똥같은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습니다

손벽치는 소리는 저 멀리서 아련히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뭐가 그리 서러웠는지 저는 흘리고 싶은 눈물은 몽땅 다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

*

애인이 있는 군바리는 누구라 할 것없이

사회에 두고 온 가이나가 고무신을 바뀌신을까 노심초사하던 

아직 나이 어린 군바리들의 가슴을 제 찢어지는 목청이 다 헤집어 놓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어떡해 ~~

 

 

나~~어떡해 ~~

 

 

나~~어떡해 ~~

 

부대원들은 모두가 합창을 하였고 누군가는 통기타를 두들겨 패고 있었습니다

"나 어떡해" 를 얼마나 불렀던가........

나중에는 분위기가 숙연해 졌습니다

 

일석 점호를 마치고 취침에 들어갔는데 저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사회에 두고 온 가이나가 너무나 보고싶어서 뒤척이다가 보초를 나갔습니다

보초를 마치고 들어올때는 동이 트고 있었습니다.

*

*

내무반장 : 이번 토요일 너 외박나간다............

 

저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두 눈에 닭 똥같은 눈물이 또 그칠 줄 모르고 쏟아져 내렸습니다

가이나가 보고싶어 생긴 속앓이 응어리가 얼마나 컸던지

하염없이 눈물로 녹아 봇물처럼 터져 흘렀습니다

내무반장님이 그렇게 존경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엎드려 "고맙습니다"라고 부등켜 안고 싶었습니다

 

갓 전입한 졸병이라 외박은 커녕 면회 조차 꿈도 꾸지 못했으며

지금처럼 핸폰이 있던 시절도 아니라 편지외에는 연락할 방법도 없었으니까요

 

키도 크고 잘 생긴 장XX병장은 맘 씀씀이가 정말 타의 모범이었습니다

내가 내무반장이 되었을때

밖에 애인이 있는 졸병은 우선적으로 외박을 보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면회를 올 수있도록 대신 연락을 해주곤 하였습니다

*

*

그날 대상을 받았던 노래 "바윗돌"

후에 광주사태 등으로 시국이 혼란스러울때 금지곡이 되기도 하였습지요

 

나에게 정말 특별한 노래 "나 어떡해"

밖에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군 입대를 한 장병의 가슴을 후벼 팠던 그노래

 

이노래는 지금 제가 제일 자신있게 연주하는 노래랍니다

 

울 옆지기

30년 동안 이 노래를 들어 왔건만 지금도 좋기만 하답니다.

그 가이나와의 사이에 생긴 지금 말년 휴가중인 아들녀석

오는 10일이면 전역을 합니다

 

옆지기나 저나 당시에 맘고생 몸고생 많이 했습니다만

저렇게 장성한 아들을 보니

이젠 감사하는 마음만 남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