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은 고즈넉한 옛 정취를 여유롭게 만끽할 수 있는 게 매력.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사방을 둘러보면 짙푸른 산야에 눈이 열리고 집앞 개울물 소리가 정겹게 다가온다. 밤이 깊어 아랫목 구들장에 몸을 맡기면 문살 사이로 스며드는 은은한 달빛에 취해 이내 단잠에 빠져든다. 전남 함평군 해보면 모평마을은 우리네 전통마을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천년마을’이다. 고려 때 사용했던 안샘과 조선시대 고택이 곳곳에 남아 옛 정취가 넘실거린다. 농촌체험은 시골마을의 정겨움을 안겨주고 옛 선조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고택체험은 잊지 못할 추억이다. 여기에 넉넉한 시골인심까지 더해지니 하룻밤 묵어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다스려 볼 만하다.
함평(咸平)은 조선 태종 9년(1409)에 함풍현과 모평현을 합치면서 함풍에서 ‘咸’자를, 모평에서 ‘平’자를 따와 붙여진 이름. 이 때문에 모평마을은 함평군의 근간이 되는 마을인 셈이다. 남도지방 고유의 모양새를 갖춘 반가(班家)의 고택과 정원, 누각, 정자, 원두막, 물레방아, 돌담이 정겹게 남아 있는 마을은 최초 함평 모씨(牟氏)가 개촌(開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460년께 윤길(尹吉)이 90세의 나이에 제주도로 귀양 갔다 돌아오는 길에 이곳의 산수에 반해 정착하면서 파평 윤씨의 집성촌이 됐다. 모평의 파평 윤씨 입향조인 윤길은 당시 ‘골짜기에 끼는 구름이 신선도를 보는 듯 천하일품의 경관’이라고 감탄해 마을이름을 ‘운곡(雲谷)’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고택은 대부분 인적이 뜸한 곳에 터를 잡기 마련. 풍수지리를 중시했던 까닭에 주변 풍광이 그림 같다. 함평에서도 드문 산속마을인 모평은 원래 이름이 산속이라는 우리말의 ‘산안’이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마을입구로 들어서면 왼편 논두렁을 마주하고 황토 기와집이 줄줄이 이어진다. 솟을대문 즐비한 돌담길에는 땡볕에 꽃잎을 연 야생화가 외지인을 반긴다. 모평마을은 상·하모평, 운곡마을, 산내리를 합쳐 165가구에 372명이 모여 산다. 천년고찰 용천사가 코앞이고 철마다 이어지는 체험거리 또한 풍부하다. 게다가 송산제를 집안 연못처럼 끼고 있어 억새풀과 칡넝쿨, 싸리, 자귀나무꽃길을 헤집고 가는 4㎞ 거리의 트레킹 코스가 그만이다. 논두렁 밭두렁을 따라 걷다보면 눈길을 사로잡는 고택이 적지 않다. 마을 끄트머리 우측 산비탈에 고즈넉이 자리한 영양재가 그중 으뜸. 과거 윤상용이 사용했던 정자는 정면 3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을 얹었다. 웅장하기보다는 옛 선비의 검소함과 풍류가 느껴지는 아담한 건물이다. 수십 개의 돌계단을 올라 마루에 앉아 바라본 풍광이 시원하다. 좌측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야생녹차밭. 오죽(烏竹)이 숲을 이룬 길은 중간쯤에서 좌측으로 빠지면 발아래 고려 문숙공 윤관장군의 영정을 봉안한 수벽사 지붕과 임곡정, 느티나무숲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마을 중간쯤 솟을대문 사이로 ‘귀령재’라는 편액이 눈길을 끈다. 1855년 이조정랑, 사간언정언, 사헌부대사 등을 거친 윤자화의 휴식처다. 그 옛날 부모의 3년상을 치르기 위해 ‘귀령재’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뒤편 윤자화 생가터도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고택이다. 이외에 조선시대 천석꾼이 사용했던 김오열가옥과 파평윤씨의 제실인 임천정사도 멋스러운 고택의 풍미를 그대로 내보인다. 과거 관아의 우물로 사용됐던 ‘안샘’은 마을의 터줏대감 격. ‘연륜’이 천년을 넘어섰으니 그럴 만도 하다. 지난 천년 동안 마를 날 없이 솟는 샘물은 아직도 먹는 물로 사용할 만큼 맑고 깨끗하다. 산내리 대창이발관도 마을의 명물. 이 마을 토박이 윤근중씨(74)가 42년째 운영하고 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이발관엔 빛바랜 사진첩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이발 소품’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시간이 멈춰선 듯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다. 모평마을의 멋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하룻밤 묵어가는 게 좋다. 고택체험은 호텔이나 리조트에 묵는 즐거움을 초월한다. 아이들에게는 산교육이자 어른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농촌체험도 다양하다. 산내리 원산마을의 누에체험, 상곡리 운곡마을의 물고기잡이, 산내리 잠월미술관의 도예와 천연염색, 수묵화그리기 등의 체험이 기다린다. 또 임천산 녹차체취 체험과 녹차떡케이크 만들기, 고택에서 과거시험보기, 물레방아 찧기, 오디따기, 숲 해설을 곁들인 용천사 자연탐방, 갯벌체험 등은 물론 아궁이에 장작을 지펴 고구마나 감자를 구워 먹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농림부 후원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 대상마을로 지정된 모평마을은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낡은 고택을 수리하고 새 한옥도 여럿 짓고 있다. 모평마을 농촌종합개발사업운영회 이명숙 사무장은 “모평은 현재 고택복원 및 한옥신축과 함께 세미나실을 갖춘 다목적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라며 “사업이 마무리되는 내년 말이면 고택과 농촌체험을 겸할 수 있는 전국 최고의 마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욱한 물안개가 마을을 뒤덮는 새벽녘. 온몸을 휘감아 도는 들바람이 싱그럽다. 산 밑에 나지막이 엎드린 마을은 세상 시름과는 거리가 먼 듯 포근하고 넉넉한 느낌이다. <함평 | 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w - 폐교된 초등학교 개조…생태 테마공원 탈바꿈 -
천만개의 돌담과 식물원, 나비·곤충체험장, 들꽃학습장, 대나무숲, 초가집, 기와집, 디딜방아 등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선 생태테마공원은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해 지난해 문을 열었다. 공원 입구는 ‘오두골 해바라기’ 축제장. 이즈음 만개한 해바라기가 싱그럽다. 우리나라 농촌 정취를 체험하고 가슴에 담아갈 수 있는 종합 휴양시설로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쏟았으니 돌 하나 풀 한 포기에도 정성이 가득하다. 우측 매표소를 지나 입구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는 곳이 생태관. 살아 있는 나비와 곤충, 들꽃이 가득하다. 생태관을 지나 조성해 놓은 초가가 앙증맞고 죽림욕장도 제법 운치가 있다. 민들레와 할미꽃, 금낭화, 씀바귀 등 한국의 대표적인 야생화 150여종의 표본실과 3300㎡에 500여종이 자생하는 나비골 들꽃 식물원은 아이들의 생태학습장. 분수와 폭포, 물레방아가 조성된 산책로는 길이 곱고 아름다워 연인이 걸으면 사랑에 빠지기 십상이다.
야산 중턱 소나무숲 뒤편에 각종 야생화와 수목을 심어 생태공원화하고 천연염색 체험장, 친환경 농산물 직판장 등을 개설해 종합 웰빙타운으로 가꿔 나간다는 게 김목사의 계획. 지난 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태경관 조성사업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했던 이곳은 인간의 손끝에서 자연이 얼마나 더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산교육장이다. (061)323-0691~3 <윤대헌기자> - 모평마을 부녀회 예약땐 시골밥상 ‘한상’ - ▲찾아가는 길:서울→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장성IC→24번 국도→문장사거리→22번 국도 분기점에서 함평읍 방면→운곡지석묘 표지판→모평마을 ▲주변볼거리:용천사, 자연생태공원, 생활유물전시관, 잠월미술관, 고막천석교, 불갑사, 돌머리해수욕장, 대동 팽나무숲, 솟대장승공원 등 ▲특산품&맛집:함평천지 한우, 손불뻘낙지, 나비쌀, 복분자와인 등/모평마을 부녀회에서는 예약 시 시골밥상을 차려준다. 밭에서 갓 뽑은 배추와 상추, 깻잎과 겨우내 말려뒀던 시래기, 산나물 |
출처 : 전원주택의아름다움
글쓴이 : 빛과소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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